[PO 1차전] 부진 씻어낸 NC 해커, 대역전극의 숨은 영웅

[마이데일리 = 창원 이후광 기자] 지난 2년간의 부진을 씻어낸 해커에게 승리는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묵묵한 호투로 팀의 짜릿한 대역전극을 뒷받침했다.

해커는 올 시즌 2달여간의 부상 공백에도 23경기 13승 3패 평균자책점 3.45라는 훌륭한 성적을 냈다. 이번 포스트시즌서도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그였다. NC 김경문 감독은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주저 없이 해커를 1차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다만, 해커는 NC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 2014년부터 한 번도 웃지 못했다. 데뷔전이었던 2014년 준플레이오프 LG와의 경기서 3⅓이닝 5피안타(2피홈런) 3사사구 3실점으로 부진했고, 지난해 역시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2년 연속 에이스가 무너지며 팀도 번번이 다음 단계 진출에 실패했다.

이랬던 해커가 이날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한 번에 씻어냈다. 경기 전 이어폰을 꽂은 채 비장한 표정으로 등판을 준비한 그는 1회부터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직구, 슬라이더, 커터, 커브 등을 적재적소에 섞어가며 LG 타선을 요리했다. 6회 2사까지 볼넷 2개, 사구 1개만 허용했을 뿐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해커의 포스트시즌 통산 첫 승이 3년 만에 이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해커는 외로웠다. 타선의 지원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채 홀로 역투를 펼쳤고, 결국 7회 선두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에게 좌월 선제 솔로포를 맞고 첫 실점했다. 그래도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후속 3타자를 모두 범타로 막아냈다.

그리고 7회말 NC 타선은 야속하게도 1사 1, 3루라는 절호의 찬스를 병살타로 무산시켰다. 힘 빠진 해커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정상호에게 또 다시 솔로포를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해커의 이날 성적은 7이닝 3피안타(2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2실점.

해커는 가을야구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으나 결국 그의 호투에 힘입어 NC 타선은 9회말 기적 같은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포스트시즌 부진을 씻어낸 해커는 이날의 숨은 영웅이었다.

[에릭 해커.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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