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과 넥센의 이별, 영원한 것은 없었다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염경엽 감독의 말처럼 프로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었다.

'영웅백년대계'를 끝까지 함께 할 것 같았던 염경엽 감독이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염경엽 감독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한 뒤 인터뷰실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동고동락했던 넥센과 염경엽 감독의 지난 4년을 돌아본다.

[2013년] 깜짝 발탁, 그리고 넥센의 첫 PS

넥센은 2012시즌 도중 김시진 감독을 경질했다. 이어 김성갑 감독대행 체제로 한 시즌을 마쳤다. 2012년 10월 10일, 넥센은 제3대 감독으로 염경엽 감독을 맞이한다고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감독 역시 '이름값'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염 감독의 경우 아마추어 시절에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프로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 그를 넥센이 선택했다.

염경엽 감독은 취임 당시 "이장석 대표님과 미팅하는 자리에서 '왜 나를 선택하셨습니까'라고 여쭤봤다. 그러자 '베팅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만약 내가 감독으로서 좋은 경력을 갖고 있었다면 조금 더 안정된 단어가 나왔을텐데 박병호 트레이드 등 선수를 보는 눈을 봤을 때 촉을 살려서 나를 선택했을것이라 생각한다. 이 결정이 맞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장석 대표의 '베팅'은 틀리지 않았다. 염 감독은 2013시즌 팀을 4위에 올려 놓았다. 2008년 팀 창단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충분히 성공한 시즌이었다.

[2014년] 눈 앞에서 놓친 우승

염경엽 감독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2014년'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어느 때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가깝게 갔던 시즌이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2014년에 우승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가장 아쉽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호, 강정호, 앤디 밴헤켄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전력이었다. 정규시즌을 78승 2무 48패, 2위로 마친 넥센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승 2패. 5차전 승리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9회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고 6차전마저 허무하게 내줬다. 결국 염경엽 감독은 2014시즌 종료 후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2015~2016년] 화수분이란 이런 것

2015년부터 객관적인 전력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그렇지만 넥센은 흔들리지 않았다. 빈 자리에는 어김없이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2015년에는 김하성은 강정호의 빈 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비록 2014년처럼 우승 바로 앞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78승 1무 65패를 기록하며 여유있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팀은 넥센과 삼성, 단 두 팀 뿐이었다.

2016년이 절정이었다.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등 주축선수들이 팀을 이적했으며 조상우와 한현희도 뛰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성적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최하위라고 예상했지만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업적을 이뤄냈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었다. 그 사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염경엽 감독과 넥센의 동행은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시무식 당시 써있던 '영웅백년대계'를 구단과 영원히 함께할 것 같았던 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되자 미련없이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염경엽 감독은 "넥센에서 있던 5년 동안 내 야구인생에서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경험을 했고 함께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프로 세계에서는 영원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스쳐가는 인연인데 감독과 선수로서 많은 도움이 됐던 인연으로 기억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이장석 대표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고마움은 평생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넥센과 염경엽 감독이 합작해 이뤄낸 수많은 성과들은 프로야구 역사에서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2012년 10월 감독 취임식 당시 이장석 대표와 염경엽 감독(첫 번째 사진), 2014시즌 한국시리즈 당시(두 번째 사진), 2016년 시무식 당시 모습(세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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