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건강]애주가들이 ‘커피해장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

[박영순의 커피와 건강]

숙취해소 위해 커피마신다면 물섭취도 그만큼 늘려야

가을은 무엇을 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특히 애주가에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는 축복이겠다. 퇴근길 한 잔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겠지만, 문제는 다음날 출근이다. 숙취를 해소하는 지혜를 발휘해 직장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심성이 나쁜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숙취해소 오해와 진실’이 좀처럼 끝장을 보지 못하고 있다. 건강이란 체질에 따라 다르다는 근본적인 의심 때문이다. 특히 커피와 숙취의 관계가 그렇다. 하지만 숙취에 대응하는 자세에 대해 모두 동의하는 대목이 있다.

▶ 숙취와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 ‘알코올이 낳은 아세트알데히드’

알코올이 위장에 들어가면 정맥을 통해 간으로 실려 간다. 간세포의 효소가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한다. 이 물질은 효소에 의해 산화과정을 거쳐 아세트산(초산)으로 되고, 초산은 곧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배출된다. 그러나 체내에 들어오는 알코올의 양이 많아지면, 위장을 그냥 지나친 알코올이 많아진다. 이는 소장 정맥을 통해 간으로 유입되는데, 간은 더욱 바빠진다. 늘어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느라 무리를 하게 된다. 분해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알코올이 유입되면 ‘알코올 간’이 돼 심각한 간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간은 간대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바람에 축적되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많아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두통과 숙취가 발생한다. 얼굴이 붉게 되거나 심장 박동이 심해져 가슴이 울렁거리고, 구토를 야기하는 주범이 아세트알데히드이기 때문이다.

▶ “나는 체질적으로 술에 강하다”는 화를 자초하는 ‘무용담’.

비슷한 양의 술을 마셨는데도, 얼굴색이 붉게 변하지 않고 숙취도 시달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로 인해 ‘축복 받은 사람’이라는 부러움을 사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혹여 이런 말에 우쭐해 오늘도, 내일도 술을 마시며 인생을 화려한 ‘술 무용담’으로 채워가고 있다면 당장 멈추는 게 좋다.

간에 쌓이는 아세트알데히드는 분해하는 효소는 사람마다는 활성도가 다르다. 이 효소의 활성도는 인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흔히 “백인종은 술에 강하고 황인종은 약하다”는 식의 말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야기이다. 황인종끼리라도 이 효소의 활성도에 따라 숙취를 해결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세트알데히드의 축적량은 체내에 들어가는 알코올의 양에 비례한다는 사실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임이므로 체내에 축적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다른 사람보다 아세트알데히드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숙취를 겪지 않는다고 해도 알코올 분해로 인해 생성되는 많은 다른 물질들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술을 장기간 마시면 간에서 이루어지는 지방대사에 이상이 생겨 지방이 축적되면서 비정상적으로 크기가 커지는 지방간으로 악화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상당히 크다는 명확한 경고이다.

▶ 숙취해소에 커피가 도움이 된다는 믿음의 근거

“술을 마시기만 하면 커피가 구미를 당긴다”면서 자판기나 커피전문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소용이 없다거나 탈수를 촉진해 되레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이뇨기능을 통해 아세트알데히드를 비롯한 알코올 대사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기여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문제는 탈수현상이다. 알코올 자체가 몸에서 물을 빼내는 작용을 한다. 콩팥에서 분비되는 항이뇨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한다. 이렇게 되면 콩팥에서 방광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을 다시 거둬들이는 양이 줄어들면서 인체에는 수분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술을 일단 마시면 탈수작용이 6시간이나 지속된다. 게다가 카페인도 탈수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면 수분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가속화하기 때문에 커피가 숙취해소에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많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아는 커피애호가들 중 애주가들은 숙취해소에 커피를 지혜롭게 활용한다. 카페인이 이뇨작용을 통해 축적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보다 용이하게 배출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일단 커피를 ‘해장용’으로 마신다. 그리고 알코올 독소물질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수분이 부족해지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반드시 물을 마신다. 되도록 많이 마신다. 항간에 숙취해소 효과로 소비자들의 손을 자주 타는 음료들이 사실은 수분을 보충하는 역할 외에는 별다른 작용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 영국 사우스햄프턴대학 의과대학팀은 6개국에서 발표된 연구논문 9편을 분석해 “커피를 매일 2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간경변을 겪을 위험이 44%, 간경변으로 사망할 위험이 50% 가까이 줄어든다”고 발표한 바 있다. 43만 명의 커피음용행태를 조사한 이와 같은 커피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들이 ‘커피해장’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다.

[사진 제공 = 커피비평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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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필자는 뉴욕 CIA 향미전문가, 프랑스 보르도 와인블렌딩, 일본 사케소믈리에, 이탈리아 바리스타. 미국커피테이스터, 큐그레이더 등 식음료관련 국제자격증과 디플로마를 30여종 취득한 전문가이다. 20여년간 일간지에서 사건 및 의학전문기자를 지냈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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