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②]김기덕, “세계 여행하며 영화 찍는 게 마지막 꿈”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김기덕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감독이다.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가 언제나 그의 신작을 기다린다. 2004년 ‘빈집’을 만들 때, 영화제 측은 출품 마감이 지난 시점에 1/3의 촬영분만 보고 초청을 결정했다. 김기덕은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0년 ‘섬’이 유럽에 쇼크를 줬죠. 당시 이탈리아 언론이 ‘히치콕이 돌아왔다’는 기사를 냈어요. 몇몇 관객은 기절했어요. 상영할 때 엠블런스 2대가 상시 대기했죠. 이후에 ‘수취인불명’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빈집’ 등이 호평을 받으면서 유명해졌어요.”

김기덕은 유럽이 왜 열광하는지 몰랐다.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라갔을 때 한 사회자가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듣고 이해했다.

“‘빈집’은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상상과 현실을 연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구상과 비구상을 잘 섞었다는거죠. 아, 그래서 유럽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접몽’ 얘기도 나오거든요. 그럴수 있겠구나 했죠.”

유럽 뿐만이 아니다. 남미, 인도, 중국, 러시아 등 가는 곳마다 사인공세에 시달린다 영화의 파급력에 놀랐다.

그는 30~40대에 치열하게 살았다. “미친 듯이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자신의 모든 영화가 베스트이고,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너무 달렸던 것일까. 그는 지금 회의에 빠졌다.

“영화 찍는 기계가 됐어요. ‘내 인생이 이게 다 인가’라는 회의감이 밀려오더라고요. 다른 인생을 살아봐야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고.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는 꽃처럼 밀려나는 거죠.”

그가 꿈꾸는 삶 중의 하나는 시골 농부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게으른 농부’라고 자책했다. 가끔씩 가서 시나리오를 쓰고 돌아온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영화를 찍는 것도 꿈이죠. 그곳에 살다가 영화를 찍고, 또 다른 나라로 건너가 경험한 것을 촬영하고…. 우디 앨런은 유럽을 대상으로 했지만, 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어요. 원전영화 ‘스톱’도 그런 생각으로 일본에서 찍은 거예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