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그물’ 김기덕, “국가는 편안한 의자여야 한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아들에게 아버지는 극복의 대상이다. 김기덕 감독도 그랬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는 자식에게 트라우마를 쏟아냈다. 네 발의 실탄을 맞은 상이용사였다. 아들은 괴로웠다. 도피처로 해병대를 택했다. 아버지의 삶을 담은 소설로 호국문예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제대 후에 남북관계는 적대와 증오가 아니라 용서와 화해로 풀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 연출한 ‘해안선’ ‘수취인불명’ ‘그물’, 제작자로 나선 ‘풍산개’ ‘붉은 가족’ 등은 모두 분단문제를 직시한 작품이다.

“남북관계의 두려움이 ‘그물’의 시작이었죠. 서로의 입장을 냉정하게 들여다봤으면 좋겠어요. 국가는 개인을 불행에 빠뜨립니다. 적대를 청산하고 남북화해의 시대가 열리는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물’은 배가 그물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홀로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 남철우(류승범)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견뎌야만 했던 치열한 일주일을 담은 드라마이다. 남철우는 남한에서 간첩으로 의심 받고, 북에 돌아가서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그의 대사처럼, (이데올로기의) 그물에 단단히 걸렸다.

“공포의 강도가 달라졌죠. 과거에는 재래식 무기였다면, 지금은 더 위험한 무기로 전쟁을 치르잖아요. 한반도에서 강대국의 대리전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평소 김기덕 감독 영화에 관심을 보였던 류승범이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 출연이 성사됐다. 하루 10신을 찍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류승범은 김기덕 감독의 디렉션에 몸을 맡겼다. 처음 경험해보는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연출 스타일이 낯설었지만, 금세 적응했다. 다음 영화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기자간담회서도 말했듯이, 국가가 안정되어야 편하게 영화를 찍을 수 있습니다. 제가 분단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국가는 그물이 아니라 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되길 바랍니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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