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임즈 징계, 가을야구 포기못한 사람들의 결정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에릭 테임즈(30). 기록만 놓고 보면 KBO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외국인 타자라 할 수 있다. 지난 해 KBO 리그 사상 최초로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테임즈는 올해도 타율 .321 40홈런 121타점 13도루로 명불허전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타자가 2년 연속 40홈런을 친 것도 역대 최초다.

테임즈는 성적 뿐 아니라 한국 무대를 임하는 태도 또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선수다. 불펜에 아무도 없을 때 나홀로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성실함도 그가 가진 무기다. 그래서일까. 테임즈의 음주운전 파문은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테임즈 만큼 실망을 안긴 것은 바로 NC 구단의 대처다. NC는 지난 24일 테임즈가 음주운전에 적발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테임즈는 26일 마산 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런 선수가 29일 삼성과의 더블헤더에 태연하게 출전했다. 심지어 라인업에 넣은 김경문 감독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NC가 김 감독에게 알린 시점은 바로 더블헤더 2차전에 열리기 전. 하지만 이미 김 감독은 테임즈를 선발 라인업에 올린 뒤였다. 테임즈는 결국 1회말 첫 타석에서 대타 조영훈과 교체됐다. NC는 "팀에 연이은 악재가 있어 김경문 감독님의 심려를 끼칠 것 같아 경찰 조사결과가 완전히 나온 후에 전달하려고 했다. 구단에서는 더블헤더 1차전이 끝나고 감독님께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실망은 바로 징계 수위다. 먼저 KB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테임즈에게 잔여경기와 포스트시즌 1경기 출장 정지란 처분을 내렸다. NC는 앞으로 8경기가 남아있다. 포스트시즌 1경기와 더해도 10경기도 넘지 않는다. 아무리 포스트시즌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징계 수위가 높다고 할 수 없다. 이미 KBO는 지난 3월, 음주운전을 일으켰던 오정복(kt)에게 15경기 출장 정지를 내렸었다.

공은 NC에게로 넘어갔다. 이미 자체 징계를 논의 중이었던 NC는 테임즈에게 벌금 5000달러와 사회봉사 50시간을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출장 정지는 없었다. 결국 테임즈를 포기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KBO의 징계 수위가 그리 강하지 않은 것도 NC의 결정에 한 몫을 한 셈이 됐다. 이와 별도로 배석현 단장에게도 1개월 감봉 조치를 내려 윗선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모양새로 보인다.

NC는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난 이태양과는 계약해지로 아예 인연을 끊었는데 테임즈와 가을야구는 포기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마치 KBO도 이러한 NC의 사정을 감안한 것처럼 보인다. 테임즈가 출장 정지가 끝나고 포스트시즌에 나오더라도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테임즈.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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