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아수라’ 김성수 “관객에 쇼크 주고 싶었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김성수 감독은 신중했다. 질문을 던지면 골똘히 생각한 후에 답변했다. 높은 예매율에 부담을 느꼈는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썼다. 28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주변에서 왜 이렇게 폭력적인 영화를 만드냐고 말렸지만, 좋아하는 장르영화를 원없이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액션영화. 시종 폭력이 난무하고, 액션의 강도가 세다. 벌써부터 호불호가 갈렸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반성’이었다. 황정민이 시나리오를 읽고 ‘아수라판이네’라고 한 마디 했다. 김성수 감독의 아내가 불교신자다. 아수라의 정확한 뜻을 알고, 제목을 바꿨다.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 중에 두 가지 유형이 있어요. 반성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일반인은 죄를 지으며 죗값을 받는데, 권력을 가진 자들은 피해가죠.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절대 다치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도덕적으로 살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비도덕적으로 살죠. 우리가 착하게 살수록 사회는 타락해요. 요즘 권력자들은 너무 뻔뻔해요. 반성의 기미도 안보이니까요.”

보통 액션영화는 선악구도를 갖고 하는 게임이다. 나쁜 놈들의 폭력을 보여주고 거기에 맞서는 착한 사람이 착한 폭력을 써서 나쁜 폭력을 이기는 과정이 액션영화의 서사이고 관객은 그것을 응원하기 마련이다. 전형적인 구도를 비틀었다. 현실에선 선한 사람이 악인을 이길 수 없다. 관객의 쾌감이 덜 하겠지만, “이 영화는 다르네” “이게 현실이네”라고 느끼길 바랐다.

“관객의 취향에 어긋나는 영화죠. 저는 ‘쇼크’를 주고 싶었어요. 이게 현실이니까요.”

극중에서 온갖 비리를 일삼고 악행을 저지르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는 증인의 증언을 막는 방법으로 법망을 유유히 빠져 나간다. 비리경찰 한도경(정우성)의 약점을 잡아 증거를 없애고, 검사(곽도원)의 검거 위협에도 역으로 공격에 나서는 인물이다.

그는 인물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 넣은 뒤 거기서 나오는 본성을 담아낸다. ‘무사’ ‘감기’ 등이 대표적이다. 2013년 ‘감기’는 재난상황에서 벌어지는 지옥같은 풍경을 그렸다. 인간의 밑바닥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감기’와 ‘아수라’는 김성수 감독의 ‘지옥 2부작’이다.

“듣고보니, 맞는 말이네요. 저는 그런 상황에서 나오는 인간 본성에 관심이 많아요. 재난과 맞닥뜨리면 평상심과 가치가 무너지죠. 우리가 늑대가 되고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아수라’도 그렇고요. 그런데 ‘감기’는 잘 못찍었어요(웃음). 그래서 ‘아수라’를 찍었죠.”

‘아수라’는 범죄액션 특유의 어둡고 강렬한 영상으로 가득하다. 차량 추격신은 도로 촬영분과 세트 촬영분을 결합한 장면이다. 세트장에 철제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서 차를 흔들었다. 도로 촬영에선 차가 전복될까 두려웠다. 비를 뿌려야한다는 이모개 촬영감독의 말을 들었다가 너무 힘들어서 금세 후회했다. 게다가 정우성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찍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한도경(정우성)과 문선모(주지훈)가 안치실 복도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이다. 총을 겨누는 순간부터 목을 조르는 모습까지 한 커트로 찍었다. 배우들은 탈진했다.

자신있는 장르로 돌아왔지만, 그의 인생에도 부침이 있었다. 2003년 코미디 ‘영어완전정복’을 끝내고 2013년 ‘감기’까지 무려 10년을 쉬었다. 한예종 교수도 하고, 제작사를 차려 허영만 화백의 ‘각시탈’도 준비했다. ‘각시탈’은 결국 엎어졌다. 홍콩영화 ‘독비도’ 리메이크도 추진했지만 허사였다. 액션영화를 찍겠다고 미국으로 건너간 적도 있다. 모두 물거품이 됐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를 찍을 때는 무모할 정도로 밀어 붙이는 힘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돈도 생기고 회사도 있고 하니까 계산하고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패기로 승부하는 영화를 만들 때가 좋았죠. 앞으로는 저한테 부끄럽지 않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신선한 충격’을 주는 영화를 만들 거예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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