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질투' 조정석, 애정 구걸이 어쩐지 통쾌한 이유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야구와 인생이 재미 있는 건 아마도 '역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9회말 2아웃의 상황에서 홈런으로 거둔 역전승에 열광하지 않는 야구팬은 결코 없을 거다.

역전의 짜릿함은 때때로 우리의 인생에서도 만날 수 있다. 만년 2등을 하던 친구가 보란 듯이 결국엔 1등을 해 낸다거나, 3평 남짓한 곳에서 시작한 작은 국수집이 전국 각지에 점포를 낼 정도로 큰 번창을 이루는 등의 경우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 이하 '질투')은 남녀 관계를 중심으로 역전의 진수를 다룬 드라마다. 생계형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와 SBC 간판 기자 이화신(조정석)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는 관계의 역전은 '질투'에 집중하게 만드는 최대 포인트다.

특별하게 인연을 맺은 남녀가 감정을 키워가고, 여러 차례 위기를 맞다가 결국엔 사랑을 지켜내는 대다수 드라마와 '질투'는 남녀의 구도부터 그 맥을 달리한다. 한국 드라마의 고리타분한 공식을 '질투'는 완벽하게 비틀었다.

과거 표나리는 이화신을 3년 간 짝사랑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눈썹 하나 깜빡 하지 않았던 이화신이 이제는 표나리에게 사랑을 구걸한다. "내가 뭐든지 다해줄게 사귀자." 심지어는 표나리 앞에서 노래는 물론이고 춤까지 췄다. 화신은 술에 취해 나리를 찾아가 "어떻게 짝사랑이 변하니"라며 고개를 떨군다. 이 장면은 '질투' 속 전 장면을 통틀어 가장 통쾌했다.

'질투'는 짝사랑의 주종 관계가 전복되는 과정을 화신의 유방암 설정을 통해 현실적으로 설득해 냈다. 표나리는 우연히 만지게 된 이화신의 가슴에서 멍울을 느꼈고, 결국엔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게 도와줬다. 이 과정에서 나리와 화신은 같은 병실을 쓰게 되며 감정 촉발의 계기를 가졌다. 화신은 남성 유방암 환자인 자신을 배려하고 걱정해 주는 나리에게 끌림을 느꼈다. 또, 재벌 친구인 고정원(고경표)가 나리를 좋아하게 되자 질투와 애정 구걸은 극에 달했다.

작품의 제목인 '질투의 화신'인 것과 조정석의 이름이 '이화신'인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질투의 이화신'이 된 조정석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극의 리얼리티와 개연성을 더했다. 여자에게 찌질하게 매달리는 것은 남자 주인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관념을 깨트리기 충분했다.

표나리는 이화신이 떠난 자리에서 대답한다. "그럼 짝사랑이 변하지, 무슨 방부제 친 것도 아닌데 천년 만년 그대로 일 줄 알았나. 내가 박물관 화석처럼 자기만 바라보고 서 있을 줄 알았나 보지?" 역전한 표나리의 외침은 시청자에 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너무나도 솔직했던 표나리의 외침과 통쾌하기 짝이 없는 이화신의 애정 구걸은 향후 '질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표나리와 이화신의 관계 역전은 그야말로 '질투'의 재미다.

[사진 =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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