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21승 뒤에 김태형 감독 믿음·배려 있다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아무래도 조심스럽죠."

두산 더스틴 니퍼트는 27일 대전 한화전서 5이닝 3실점했다. 팀이 역전패하면서 승수사냥에 실패했다. 역대 한 시즌 외국인투수 최다승 타이기록, 두산의 한 시즌 최다 선발승, 두산의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으나 실패했다.

그래도 21승을 따낸 특급 외국인투수다. 다승, 평균자책점(2.99) 1위다.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투수이자 정규시즌 MVP 유력후보다. 본래 좋은 투수였지만, 작년 정규시즌에 골반, 어깨, 서혜부에 차례로 부상하며 제 몫을 하지 못했던 걸 감안하면 올 시즌 활약은 더더욱 값지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두산에 몸 담은 장수 외국인투수다. 그와 함께했던 모든 감독으로부터 인정 받았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과 니퍼트의 관계는 특별하다. 김 감독이 특권을 줘서 니퍼트가 잘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김 감독은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 저연차와 고참을 떠나 냉정할 정도로 실력우선주의를 고수한다.

김 감독이 니퍼트에게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건 분명하다. 구체적으로는 등판간격, 이닝, 투구수 등을 결정할 때 니퍼트의 의견을 충분히 참고한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기 직전이던 22일 잠실 kt전. 김 감독은 "주축 선발투수들은 한 번 더 등판시키고 휴식을 준다"라면서도 니퍼트에겐 "본인과 상의해서 쉬겠다고 하면 바로 휴식을 줄 것"이라고 했다.

에이스를 향한 배려다. 남다른 믿음이 섞여있다. 기본적으로 니퍼트는 철저히 프로페셔널하다. KBO리그 6년차라 한국문화에 익숙하다. 그러나 비즈니스와 관련된 부분에선 양보가 없다. 이 부분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연관됐다. 자신만의 선발 등판 준비 루틴을 철저히 지킨다. 더구나 니퍼트는 작년에 부상으로 정규시즌 공헌도가 없었다. 그러나 철저한 재활로 시즌 막판 본래의 괴물모드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니퍼트의 이런 부분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스스로 알아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법을 알기 때문에 그 루틴과 주관을 인정한다. 김 감독은 "니퍼트는 알아서 조절을 잘 하는 투수다. 때로는 본인이 요청(등판간격, 투구수 등)도 한다. 그래서 아무래도 등판 일정, 투구수 등을 결정할 때 한 번이라도 더 물어보고 결정한다는 게 김 감독 설명이다.

그리고 김 감독은 "나이도 있고, 작년에 아팠던 투수다. 아무래도 불안한 부분은 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물론 김 감독은 다른 선발투수들의 등판간격, 투구수 등을 결정할 때도 투수코치와 투수 본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 다만, 니퍼트를 향한 확고한 믿음과 현실적인 걱정 속에 남다른 배려가 묻어난다. 대신 니퍼트는 결과로 확실하게 보답한다.

니퍼트는 10월 8일 LG와의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 선발 혹은 구원으로 나선다.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시리즈 준비에 들어간다. 김 감독은 니퍼트가 최적의 컨디션으로 한국시리즈를 맞이하기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니퍼트와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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