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기대작 '달의연인', 어쩌다 흥행참패를 맛봤나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극본 조윤영 연출 김규태, 이하 '달의 연인')는 방영 전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시사회를 열었다. 1,2회를 연달아 본 뒤 첫 인상은 풋풋하고 신선하다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기존 사극의 전형이 빠진 다소 가벼운 색채가 잘 통할지 의문이었다.

베일을 벗은 '달의 연인'의 평은 기대 이하였다. 신선한 분위기를 위해 사극 말투를 가급적 배제한 것에 대해 시청자는 '매끄럽지 않고 어색하다'는 반응이었다. 또, 21세기 여자 고하진이 개기일식으로 인해 고려시대 태조 왕건 시대로 타임슬립 하는데, 낯선 고려에 적응하는 과정이 상당 부분 생략돼 설득력이 떨어졌다. 극중 해수가 고려로 오게 된 맥락도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했다. 중국 원작 '보보경심'을 기반으로 100% 사전 제작인 '달의 연인'은 여러 부분에서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었지만, 현재까지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도 불거졌다. 본업이 가수인 아이유는 본명인 이지은을 사용해 '달의 연인'을 통해 배우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자 했지만, 원톱 여자 주인공으로서는 아직 깜냥이 부족하단 시각이다. '달의 연인'에서 이지은이 맡은 해수 역할은 극의 화자이자 모든 황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가장 중요한 롤이다.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2011), '최고다 이순신'(2013), '예쁜 남자'(2014), '프로듀사'(2015) 등을 통해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온 이지은이지만, 여자 주인공이 전면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는 '달의 연인' 특성상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매번 동그랗게 눈을 크게 뜨는 표정 연기가 문제로 지적됐다. 해수는 기쁨과 슬픔은 물론이고 당혹, 분노, 공포,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겪는 인물인데 연기가 한결같이 정형화된 느낌을 주고 있어 몰입을 방해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말투 역시 진폭이 크지 않은 일정한 톤이라 단조롭다.

10황자 왕은 역을 맡은 그룹 엑소 백현에 대해서도 연기력 논란이 제기됐다. 국어책을 읽는 듯 부자연스럽고, 다소 과장된 듯한 어투가 정극이 아닌 콩트를 연상케 한다는 목소리다.

클로즈업을 자주 사용하는 연출법은 이를 부각시켰는데, 김규태 감독은 배우들의 얼굴을 집중 조명하는 클로즈업 기법을 자주 써 왔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와 '괜찮아, 사랑이야'(2014) 등에서 클로즈업 연출이 좋았던 것은 배우들의 감정 연기에 깊이가 있고 섬세해서, 결과적으로 몰입을 도왔기 때문이다. 아직 연기 내공이 부족한 이지은과 황자들의 경우엔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격이 됐다.

다만, 총 20회인 '달의 연인'은 현재 9회까지 방송된 상태라, 회차를 거듭함에 따라 반등의 여지도 있다. 20회까지 모든 방송분 촬영과 편집을 마친 상태지만, '달의 연인'은 중반 이후 시간의 흐름이 점프하고, 캐릭터의 역사가 쌓이며 각 배우들의 연기 역시 무르익어갈 전망이다. 초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가벼운 분위기는 색을 더해 짙어질 예정이다.

미약하게 시작한 '달의 연인'이 창대한 끝을 맞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사진 = '달의 연인'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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