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종영 '몬스터', 괴물이 된 드라마…진짜 주인은 정보석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드라마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는 이름처럼 괴물 같은 드라마였다.

이 괴물의 껍데기는 단단한 복수극이었지만 정작 시청자들의 흥미를 채운 건 '피자 먹방신' 등 시트콤처럼 덜 무겁거나 과장된 에피소드였다. 50부 동안 괴물을 타고 달려온 주인공 강기탄(강지환)의 일생은 초인적(超人的)이기까지 해 흡사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결코 어울릴 수 없을 법한 장르가 뒤섞인 기괴한 모양새는 어쩌면 사실 '몬스터'가 비판 속에서도 6개월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을지 모른다. 이 괴물은 지난 50부 동안 "복수는 대체 언제 하느냐?"는 질책 속에서도 아랑곳 않고 시청자들의 애증을 먹으며 스멀스멀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기탄 역 강지환을 비롯해 악역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 정보석 등 훌륭한 배우들을 갖추고도 더 웅장한 괴물이 되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쉽다.

괴물이 들려준 이야기가 탄탄하지 못됐던 탓이 크다. '우연, 또 우연'이 필수장치였고, '기억상실증'은 어김없었으며, 복수와 멜로는 하나 되지 못한 채 어정쩡한 거리를 두고 서먹서먹했다. 변일재(정보석)의 음모도 강기탄의 반격도 치밀한 설정은 아니었다. 기탄의 생사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결말 역시 큰 주제를 담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가장 큰 약점은 50부라는 분량이었다. 마라톤 같은 긴 경주를 감당하기에는 강기탄과 변일재의 대립만으로는 힘이 모자랐다.

악당에 대한 속 시원한 단죄 없이 '악행, 반격, 부활' 공식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며 강기탄의 복수는 지지부진했고, 시청자들은 지쳐갔으며, 도리어 악행을 거듭하던 변일재만이 스스로 괴물로 타락하며 절대악으로 자라나고 말았다.

애당초 핵심 줄거리가 아니던 도신영(조보아)과 강기탄의 에피소드에 시청자들이 더 흥미를 느끼게 된 것도 오수연(성유리)과의 러브라인 역시 복수만큼이나 더디게 진행된 탓이다. 막무가내로 직진만 하는 도신영의 사랑이 그나마 '몬스터'를 보며 답답해 하던 시청자들의 숨통을 틔웠다.

괴물과 6개월을 함께한 배우들이 고생한 작품이다. 매끄럽지 않은 감정선 속에 때때로 코믹 연기까지 오가야 하는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게 분명하다. 특히나 변일재로 분해 가증스러운 얼굴로 숱한 악행을 저지르면서 권력에 굴복하는 비굴한 얼굴까지 연기한 정보석은 괴물의 진정한 주인이었다.

[사진 = MBC 제공-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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