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의 솔.까.말] '다산 정약용' 편성 불발 그리고 '대하 사극'의 위기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대하 사극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내년 1월 방송 예정이었던 '다산 정약용'이 불발되며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KBS 관계자는 지난 31일 ‘다산 정약용’ 편성 불발 입장을 전했다. KBS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에 “29일 제작투자회의에서 ‘다산 정약용’의 편성이 취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수익성 악화 때문. 경기 침체로 광고 시장이 악화 된데다 여느 드라마 보다 대하 사극에 들어가는 제작비가 막대한 만큼 KBS 측에서는 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 1월 ‘다산 정약용’이 방송될 예정이었고, 오는 4일 대본 리딩까지 잡혀 있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은 앞으로 대하 사극의 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긴다. 공영방송인 KBS에서까지 대하 사극이 외면 받는다면 더 이상 대하 사극이 설 자리는 없다.

향후 편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대하 사극의 준비기간이 긴 탓에 ‘다산 정약용’이 빠진 자리에 다른 대하 사극이 편성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게다가 KBS 측은 아직 내년 대하 사극을 편성할지 하지 않을지, 편성한다면 몇 편이나 편성할지도 가닥을 잡지 못했다.

대하 사극은 단순히 드라마로서의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교육적 의미 또한 지니고 있는 드라마가 바로 대하 사극이다. 특히 최근 퓨전 드라마가 난무해 역사에 대한 왜곡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편성 불발을 전달한 방식도 논란이 됐다. 사전에 어떠한 언급 없이 문자로 편성 취소 사실을 통보 받았으며, 현재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

‘다산 정약용’의 PD는 지난 31일 “제작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 편성 취소 최종 결정이 났습니다. 전화로 직접 말씀 드리는 게 예의지만, 다른 경로로 소식 들으시기 전에 먼저 알려드리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우선 이렇게 문자로 소식 전합니다. 사정상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며 수일 내로 제가 한 분씩 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드라마 준비를 위해 애써 오신 연기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는 문자로 편성 불발 사실을 먼저 알렸다.

방송 관계자들은 제작진 역시 이번 편성 불발을 받아들이지 못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그 역시 분을 삭히느라 편성 불발 사실만을 먼저 알린 채 자신을 추스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제작진도 배우도, 누구하나 이번 편성 불발의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산 정약용’에서 정약용 역에 캐스팅 된 배우 연정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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