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두산외인 20홈런, 놀라운 에반스 홈런본능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놀라운 홈런본능이다.

닉 에반스가 두산 외국인타자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30일 잠실 한화전서 왼쪽 견갑골 부상을 극복하고 1군에 복귀, 멀티홈런을 기록했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1회 역전 스리런포, 6회 결승 투런포를 터트렸다.

에반스의 멀티홈런은 시즌 20~21호포였다. 2002년 타이론 우즈(25홈런) 이후 무려 14년만에 두산 외국인타자가 20홈런을 돌파했다. 우즈는 1998년~2002년까지 KBO 역대 외국인타자 최다 174홈런을 때렸다. 그동안 두산 외국인타자들에게 우즈의 벽은 높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에서 한 시즌 20홈런을 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외국인타자가 14년간 20홈런을 넘지 못했던 건 두산의 외국인타자 흉작이 극심했다는 뜻이다. 우즈와 비슷한 시기에 뛰었던 에드가 캐세레스, 트로이 니일, 마이크 쿨바, 이지 알칸트라 등은 물론이고, 맷 왓슨, 호르헤 칸투, 잭 루츠, 데이빈슨 로메로 모두 끝이 좋지 않았다.

에반스 역시 시즌 초반 우려를 낳은 뒤 2군행을 거쳐 잠재력을 폭발하고 있다. 인상적인 건 5월부터 비교적 꾸준한 페이스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7월 0.267, 4홈런에 그쳤으나 부상을 극복한 뒤 다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에반스가 돋보이는 건 언제 어떤 상황서도 자신만의 스윙 매커니즘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테이크백이 거의 없다. 방망이를 잡는 위치도 조금 낮다. 힘을 모으는 과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20홈런을 돌파했다. 여전히 삼진이 많다. 하지만, 5월 20개를 정점으로 매달 조금씩 줄였다.

복귀전 결승포 역시 그랬다. 볼카운트 3B서 이태양의 높은 코스의 공을 공략, 좌중간 스탠드에 꽂았다. 전형적인 에반스표 홈런이었다. 본래 김태형 감독의 웨이트 사인이 있었으나 미스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높은 공을 좋아하는 에반스의 성향, 파워, 자신감이 확인된 장면이었다. 확률적으로 3B 타격은 안타로 많이 이어진다. 하지만, 타자 스스로 확신이 없으면 풀스윙을 자신있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에반스는 이태양의 높은 볼을 정확히 찍어 잠실 좌측 스탠드에 꽂았다.

1회 스리런포도 인상적이었다. 에반스의 대부분 홈런은 6회 투런처럼 좌중간 깊숙한 지점으로 날아간다. 마음 먹고 잡아당기면 130m가 넘는 초대형 홈런을 날린다. 그러나 1회의 경우 바깥쪽 코스의 공을 정확히 가격, 우중간 담장을 살짝 넘겼다. 오랜만의 1군 실전이었으나 특유의 홈런 감각과 임기응변능력이 살아있는 게 입증된 순간이었다.

이제 에반스가 몇 개의 홈런을 날릴 지가 관심사다. 두산은 25경기를 남겨뒀다. 30홈런은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몇 개를 더 치든 우즈(1998년-42홈런, 199년-34홈런, 2000년-39홈런, 2001년-34홈런, 2002년-25홈런)를 제외하고 두산 외국인타자 한 시즌 최다홈런 2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두산은 에반스의 성공적인 복귀로 다시 공포의 중심타선을 구축했다.

[에반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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