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2년차, 이젠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이승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없으면 절대로 안 된다.

오리온 이승현은 2015년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통해 성인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삼수 끝에 입성한 성인대표팀이었다. 청소년, 대학 레벨 대표팀이야 밥 먹듯 참가했지만, 성인대표팀은 유독 이승현에게 커다란 벽이었다.

2013년, 2014년 대표팀서 중도 낙마했다. 한국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환호할 때, 이승현은 남 몰래 울분을 삼켰다. 그를 두 차례 중도 낙마시킨 지도자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다. 유 감독이 이승현에게 인간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랬던 건 절대 아니다. 그 누구보다 현대농구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현대농구가 빅맨 중심에서 2대2 게임으로 이동하는 걸 간파했다. 스위치를 통해 외곽으로 나온 빅맨들에게 초정밀한 움직임을 장착시키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당시 유 감독은 이승현의 학습능력과 잠재력, 농구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를 두고 극찬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눈물을 머금고 이승현을 두 차례 연속 탈락시켰다. 아무래도 대표팀에서 3번 자원으로 활용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당시만 해도 이승현의 외곽수비력과 중거리슛 능력이 지금처럼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당시 유 감독의 선택을 비판할 수는 없었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 이승현의 최대장점은 의미 있는 경험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유 감독은 물론, 오리온 추일승 감독도 수 차례 그렇게 말했다. 대학 4학년 시절부터 서서히 슛 거리를 늘리기 시작했다. KBL에 입성하자마자 정확한 중, 장거리 슈팅능력을 자랑했다. 2대2에 의해 이승현이 외곽으로 나와서 던지는 중거리슛은 오리온 공격의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전히 공격루트가 단조로운 약점은 있다. 하지만, 3점포와 미드레인지 모두 세트슛만큼은 견제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어지간한 슈터 이상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결정적으로 수비력의 업그레이드를 일궈냈다. 골밑에선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빅맨들을 완벽히 틀어막고, 외곽수비도 능숙하게 해낸다. 유도선수 경력을 앞세워 자세가 낮고, 힘이 남다르다. 공격수의 습관을 역이용하는 센스가 탁월하다. KCC와의 챔피언결정전서 하승진을 완벽히 틀어막으면서도 안드레 에밋 겹수비에 동참했다.

결국 성인대표팀은 이승현을 품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서 업그레이드 된 기량을 완벽히 발휘했다. 이란과의 8강전서 자신보다 20cm 큰 아시아 최강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당시 발목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대표팀은 이란과 대등한 승부를 벌였다. 하다디는 이승현이 물러나자 골밑을 자신의 세상으로 만들며 이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현이 성인대표팀서도 단 1년만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주요 전력으로 자리매김한 걸 알리는 사례였다.

또 다시 1년이 흘렀다. 이승현은 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며 경험까지 더했다, 허재 감독 역시 이승현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 "원래 그렇게 플레이(수비와 리바운드가 좋다)하던 선수였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라며 특유의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허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이승현은 없어선 안 되는 선수인 게 확실하다. 존스컵서도 그랬고, 29일 튀니지와의 1차 평가전서도 그랬다. 다른 선수들은 수 차례 교체하며 다양한 조합 및 부분 전술을 시험했지만, 이승현에 대한 의존도와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사실상 허재호의 실질적 에이스다. 허웅은 "외곽에서 (2~3번)미스매치가 돼도 한쪽만 확실히 맡으면 된다. 승현이 형이 트랩을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대표팀은 2~3번 신장이 낮다. 튀니지와의 1차평가전서 미스매치에 의한 실점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승현이 자신보다 큰 빅맨을 제어하면서도 도움수비에 가세, 그만큼 2~3번 포지션 수비부담을 덜어낸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이 "이젠 자신의 공격수를 맡으면서 주위 상황까지 체크하면서 움직인다"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실질적으로 튀니지와의 1차 평가전을 지배했다. 자신보다 큰 튀니지 빅맨들을 효과적으로 막는 건 기본이고, 막판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로 튀니지의 맥을 끊어냈다. 1차전서 공격리바운드만 무려 6개였다. 합계 14개의 리바운드는 2m 넘는 선수가 8명이나 되는 튀니지에 제공권서 앞선 원동력이었다. 프로아마최강전 준결승전까지 뛰며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서도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사실 오리온서도 유독 절체절명의 상황서 결정적인 리바운드를 잘 걷어낸다. 공에 대한 의욕, 한 발 빠른 위치선정능력이 탁월하다.

이승현이 KBL에 입성할 때 4번으로서 크지 않은 197cm의 신장이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끝없는 노력으로 기술적 성장을 일궈내며 신체의 약점을 최소화했다. 지금 오리온과 대표팀에 이승현이 없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이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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