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최부경 6일간 5G, 어떻게 이런 일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떻게 이런 일이.

상무 최부경은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긴 하다. 8강전서 손목을 조금 다쳐 상태가 좋지 않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일(결승전)은 체력이 중요하지 않다. 군인정신으로 할 것이다"라고 했다.

최부경은 최근 두 집 살림을 한다. 상무 소속으로 프로아마최강전(이하 최강전)을 치르고 있고, 상무 일정이 없는 날에는 허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훈련을 소화했다. 그는 윌리엄존스컵 이후 대표팀에 발탁, 9월 9일부터 18일까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컵에 참가한다. 최부경의 동료 김시래 역시 존스컵 이후 대표팀에 합류, 두 집 살림 중이다.

허재호는 29일과 31일 잠실체육관에서 튀니지와 평가전을 갖는다. 최강전 결승전(28일)이 끝나자마자 진행된다. 김시래와 최부경은 26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5경기 강행군을 펼친다. 26일~28일 상무 소속으로 최강전 8강, 4강, 결승을 치른다. 그리고 29일과 31일에는 허재호 일원으로 평가전을 치르면서 성사된 6일간 5경기 스케줄이다.

▲그들의 현실

김시래와 최부경은 상무 핵심 멤버다. 26일 KGC와의 8강전서 32분4초, 31분20초를 뛰었다. 27일 KT와의 준결승전서도 34분39초, 39분12초를 각각 소화했다. 이날 LG와의 결승전 역시 40분 가까이 뛸 게 확실시된다. 물론 대표팀에선 이렇게 오래 뛸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6일간 5경기 일정은 너무 빡빡하다.

두 사람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대표팀에서 없으면 안 되는 김종규(LG)도 최강전 결승전을 치르게 되면서 5일간 4경기 강행군 일정에 당첨됐다. 김진 감독은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인식, 최강전서 김종규의 출전시간을 최대한 조절했다. 그나마 25일 전자랜드와의 8강전서 휴식을 취하면서 7일간 5경기 스케줄을 피했다.

다른 팀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KT 조동현 감독은 간판스타 조성민을 27일 상무와의 4강전에 결장시켰다. 조 감독은 최강전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조성민을 최대한 아꼈다. KT와 대표팀을 오가는 조성민의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어느덧 만 33세로 적은 나이도 아니다.

최강전은 2013년 2회 대회에 이어 2015년, 올해까지 모두 7~8월에 열렸다. 이 시기에 치러지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이 시기가 남자농구대표팀 소집 및 훈련 스케줄과 겹칠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매년 홀수해 아시아선수권을 준비했고, 올해는 신설된 아시아 챌린지컵 준비로 또 대표팀이 소집됐다. 내년 아시아컵 예선이라 허투루 준비할 수도 없다.

대표팀 선수들은 최강전 기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갔다. 그나마 올해는 대표팀이 최강전 기간 서울에서 훈련하면서 이동거리가 줄었다. 작년까지는 최강전이 열리는 서울과 진천선수촌을 매일 오갔다. 빡빡한 일정에 적지 않은 이동거리까지. 두 집 살림을 하는 선수들의 피로가 가중됐다.

▲원칙 없는 행정

문제는 농구협회와 KBL이 대표팀 운영과 소속팀 일정에 대해 원칙을 세우지 못한 점이다. KBL은 최강전 흥행을 위해 농구협회에 대표팀 선수들의 일시 차출을 요구했다. 그러자 농구협회는 대표팀 훈련을 병행하는 조건부 차출로 맞섰다.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최강전에 대표팀 참가 얘기도 잠시 있었다. 하지만, 무산됐다.

결과적으로 두 집 살림을 하는 선수들은 지치고, 부상 위험만 높아진다. 당연히 대표팀 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매일 최강전에 선수들을 차출하니 정상적인 훈련 진행은 불가능하다. 대표팀도 소속팀도 모두 손해다. 이 부분에 대한 합리적인 원칙은 전혀 없다. 오로지 눈 앞의 각자 편의만 생각한다. 설령 원칙이 있더라도 누구도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개선의 의지도 없다. 농구협회와 KBL의 불협화음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 가을 신인드래프트 빅3 이종현(고려대) 최준용(연세대) 강상재(고려대)는 존스컵 이후 나란히 허재호에서 낙마했다. 부상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부상의 정도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돈다. 대학 1~2학년 때부터 대학일정에 청소년대표, 성인대표, 대학선발 일정까지 소화해왔다. 젊은 나이라고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대표팀 김동광 감독이 아시아선수권 직전 빅3의 정기전 차출을 허용하면서 논란이 됐다. 원칙 없는 대표팀 운영, 조율과 융통성이 없는 국제-국내 대회 스케줄 속에 한국농구 10년~15년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이 프로에 데뷔하기도 전에 쓰러졌다. 그 누구도 그들의 부상을 책임지지 않는다.

대표팀 소집기간 소속팀 일정을 병행하는 스케줄은 사라져야 한다. 대표팀을 최강전에 단일팀으로 출전시키거나, 대표팀 운영 방침을 다시 정해야 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의 건강을 지키고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국농구는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대표팀 운영 및 방향 설정, KBL과 농구협회의 동반성장 방안, 질 높은 지도자, 심판, 행정가 배출에 대한 논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1차원적인 스케줄 문제, 겹치기 출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러니 한국이 농구변방이란 소리를 듣는다.

[김시래(위), 최부경(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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