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홈런' 김재환, 다 바꾸니 두산 역사도 바뀌었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 바꿨다."

2016년 8월 25일까지 두산 국내타자 한 시즌 최다홈런은 1999년 심정수, 2000년 김동주의 31홈런이었다. 그러나 26일자로 이 기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재환이 박세웅(롯데)을 상대로 시즌 32번째 홈런을 쳤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올 시즌 김재환이 16~17년 묵은 심정수, 김동주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타자들이 30홈런을 넘게 치는 건 그렇게 쉽지 않다. 김재환 스스로도 "나도 32개의 홈런을 칠 줄 몰랐다"라고 했다. 그는 2008년 입단한 뒤 홈런타자로 성장할 가능성만 갖고 있었다. 8년간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지휘봉을 잡자마자 김재환에게 기회를 많이 줬다. 수 차례 "타구 비거리와 속도가 남다르다, 국내 최고수준"이라고 극찬했다. 김재환은 2년만에 김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했다.

▲32홈런? 꿈꾸지 못했던 기록

김재환은 "심정수, 김동주 선배님 기록을 깰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꿈꾸지 못했던 기록이다. 영광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즌 초반만 해도 이렇게 매일 경기에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올해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김재환에게 좌익수 수비연습을 지시했다. 마지막 배려였다. 두산은 오재일, 닉 에반스 등 1루수와 지명타자 요원이 많다. 그렇다고 김재환의 한 방을 포기하는 것도 아까웠다. 대신 냉정하게 대했다. 김 감독은 개막전부터 1~2개월 동안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 시즌에는 김재환을 아예 개막엔트리에서 뺐다. 여차하면 전력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김재환은 지난해와는 달리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다. 하위타선에 자리를 잡더니 어느새 클린업트리오 일원으로 기용된다. 4월 5홈런을 시작으로 5월에만 10홈런을 쳤다. 6월 5홈런, 7월 4홈런에 이어 8월 8홈런으로 16년 묵은 두산 국내타자 홈런역사를 바꿨다. 김재환조차 꿈꾸지 못한 기록이 현실화됐다. 지금 그는 두산 붙박이 4번타자이자 간판타자다.

▲다 바꾸니 두산 역사도 바뀌었다

김재환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다 바꿨다"라고 했다. 말 그대로 본인 이름 석자만 빼놓고 다 바꿨다. 그는 "마음가짐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다 바꿨다. 올 시즌 월요일에 야구장에 나오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올 시즌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에 따르면 잡아당길 때 타격포인트가 이상적이다. 중심이 뒤에 남아있는 상황서 자연스럽게 특유의 파워를 확실하게 공에 싣는다.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케이스가 많다. 타고난 파워가 한 몫 한다. 사실은 다 바꾼 김재환의 처절한 준비 덕분이다.

김재환은 "올 시즌에는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을 해보자. 모든 걸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프로 입단 후 내 생각대로 야구를 한 적이 단 한 시즌도 없었다. 생각을 실천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여기서 김재환의 '생각'이란 타격 매커니즘부터 타석에서의 마인드까지 많은 걸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말자." "삼진을 당해도 힘 있게 스윙하자." "수비 실수를 해도 내 장점은 타격이니 타석에서 더 집중하자" 등이다. 그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타석에서는 공보고 공 치기"라고 했다.

김재환은 두산 새 역사를 바꾸는 걸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산술적으로 가능한 40홈런, 에릭 테임즈(NC, 37홈런)와의 홈런왕 다툼 등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록을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선 적이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김재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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