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판 박상영’ kt 정성곤의 주문 “침착하자, 침착하자”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마운드에서 계속 ‘침착하자, 침착하자’라고 혼자서 되뇌었죠.”

kt 위즈의 차세대 좌완투수 정성곤(20)이 생애 최고의 투구로 자신의 미래를 더욱 밝혔다. 정성곤은 지난 25일 수원 SK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비록 승리에는 실패했지만, 데뷔 후 개인 최다 이닝과 최다 탈삼진을 모두 경신하며 올 시즌 부진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렸다.

구리인창고 출신의 정성곤은 지난 2015년 kt 2차 2라운드로 입단한 평범한 선수. 하지만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있는 투구로 kt 조범현 감독의 눈에 들었고, 지난 시즌 구원과 선발을 오가며 많은 기회를 얻었다. 성적은 20경기 2승 6패 8.53에 그쳤으나 19살의 선수에게는 모든 게 값진 경험이었다.

조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가장 성장한 투수로 정성곤을 꼽으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시즌 초 선발로 5차례, 구원으로 1차례 등판해 5패 평균자책점 10.80의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2군에 다녀온 뒤로부터는 불펜으로 나섰다. 25일 선발 등판은 무려 91일 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3달여 만의 선발 등판이었으나 정성곤은 당찼다. 7회까지 도망가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로 팀 홈런 1위 SK 타선을 제압했다. 완급조절에도 성공하며 7회까지 80개(스트라이크 53개)의 공을 던졌다. 최고 구속 142km의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의 패턴을 가져갔고, 간간히 커브와 슬라이더를 유인구로 섞었다.

정성곤은 “그냥 단순히 던질 때의 느낌이 좋았다. 91일만의 선발이라 부담감이 있었지만 최근에 중간에서 길게 던진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호투 비결을 전했다. 정성곤은 이날 등판 전, 14일 NC전과 19일 삼성전에 구원으로 나서 각각 3이닝 무실점, 4⅓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이어 “볼넷 비율이 낮아진 것도 이전보다 발전된 부분이다. 2군에서 차명석 코치님과 볼넷 줄이는 연습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정성곤은 구체적으로 “차 코치님이 ‘차분해져라. 마운드에서 올라가서 생각을 달리 가져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마운드 위에서 흔들릴 때마다 혼자서 ‘침착하자, 침착하자’라고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지난 리우올림픽에서 남자 펜싱 에페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반복한 것과 비슷한 효과였다.

그러나 정성곤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았던 것은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시즌 초반부터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조 감독 역시 “제구가 확실히 좋아졌고, 무엇보다 완급조절 측면에서 발전했다”라며 잔여 시즌 계속해서 정성곤에게 선발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성곤의 다음 등판에 관심이 모아지는 순간이다.

[정성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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