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이승엽 대기록, 내가 잠시 보관한 것"

[마이데일리 = 대전 윤욱재 기자] KBO 리그 타자 기록의 역사에서 첫 손에 꼽히는 인물은 단연 양준혁(47)이다.

양준혁은 KBO 리그에서 통산 타율 .316, 2318안타, 1299득점, 351홈런, 1389타점, 193도루, 1278사사구를 기록한 불멸의 레전드다. KBO 리그 역사상 최초로 2000안타의 주인공이 됐고 가장 많은 통산 최다기록을 보유한 선수이기도 하다.

양준혁의 1389타점은 지난 23일까지 KBO 리그 최다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이 24일 대구 SK전에서 1390번째 타점을 올리고 양준혁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통산 타율 .304, 1990안타, 1270득점, 439홈런, 1390타점을 기록 중인 이승엽은 한일 통산 600홈런에 통산 최다 득점, 2000안타 등 여러 대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양준혁은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시타자로 나섰다. ABC타이어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전날 이승엽이 자신의 기록을 경신한 것을 지켜본 양준혁은 "진작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라면서 "(이)승엽이가 일본에 가지 않았으면 진작에 승엽이의 기록이었을 것이다. 주인이 자기 것을 찾아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승엽이 덕분에 내가 잠시 보관할 수 있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다. 만약 이승엽이 KBO 리그에서만 뛰었다면 이미 더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양준혁과 이승엽이 '기록의 사나이'가 된 배경에는 전통적으로 타격이 강했던 삼성 소속인 것도 한 몫을 했다. 양준혁 스스로도 타점 만큼은 혼자 만들 수 있는 기록이 아님을 강조한다. 양준혁은 이승엽과 함께 삼성에서 뛰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는 나도 있었고 (마)해영이도 있었다. 승엽이를 쉽게 거르지 못했다. 그래서 서로 시너지효과가 컸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타격이 강한 팀"이라고 말했다.

지금 삼성은 팀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 이승엽이 더 많은 대기록을 예고하고 있지만 예년과 달리 분위기가 크게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양준혁도 "나도 여러 기록을 깬 적이 있어 잘 알고 있다. 기록을 달성하고 팀도 이겨야 분위기가 살 수 있다. 팀 성적이 나야 더욱 빛이 나는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양준혁은 이승엽 뿐 아니라 많은 후배 선수들이 자신의 기록에 도전하길 바랐다. 그것이 리그가 풍성해지는 길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록을 깨는 것은 좋은 일이다"는 양준혁은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도 갔다오고 프로에 왔다. 선수 말년에 2년 정도 잘 하지 못했다. 남들보다 7년 정도를 잃은 것이다. 그래서 내 기록은 절대 불멸의 기록이 아니다"라고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는 선수가 나오길 기대했다.

[현역 시절 삼성에서 함께 뛰었던 양준혁과 이승엽.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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