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 출신' 삼성 박해민, "외야로 나간 뒤 편견이 깨졌다" (인터뷰)

[마이데일리 = 대구 고동현 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23일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7로 뒤지던 경기를 9-7로 뒤집었다. 하지만 끝까지 승리를 안심할 수 없었다. 임시 마무리를 맡은 장필준이 1실점한 뒤 2사 만루에 몰린 것.

안타 하나면 재역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상대 김민식이 때린 타구는 말 그대로 정타였다. 좌중간으로 향하는, 누가 봐도 안타성 타구였지만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공을 잡은 선수가 다름 아닌 박해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박해민은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났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 주루까지 어느 하나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시즌 초반 주춤함을 딛고 어느덧 타율 .298 2홈런 40타점 41도루 86득점을 기록 중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명품 수비' 박해민이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2루수 출신'이었던 그는 한 때 '내야에 비해 외야는 쉽겠지'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박해민을 만나 올시즌, 그리고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3일 경기 호수비를 보고 사람들이 첫 세이브라고도 하더라

"어차피 3루 주자가 들어가면 동점이고 역전 막기 위해 조금 앞에 있었다. 맞는 순간에는 안타라고 생각해서 다이빙을 하려고 했는데 타구가 워낙 잘 맞았더라. 타구가 살아서 와서 쉽게 잡은 것 같다. 호수비는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할 때마다 좋다. 그 중에서도 23일처럼 극적인 상황에서 하면 기쁨이 배가 되는 것 같다"

-8월 들어 맹타(85타수 30안타 타율 .353)를 이어가고 있다. 요인이 있다면?

"요인 보다는 4월에 워낙 안 좋았다. 그것을 버티고 이겨내면서 심적으로 편해졌다. 시즌을 치르면서 한 타석 한 타석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또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어서 5월에 좋았다가 6, 7월 안 좋았다가 다시 좋은 것 같다"

-4월에는 타격이나 도루나 여러모로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 보면 이 역시도 공부가 됐을 것 같은데

"앞으로 야구하면서 올해 4월달은 큰 공부가 될 것 같다" (박해민은 4월 한 달간 타율 .173에 도루 성공 1개, 실패 4개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3할 타율을 아쉽게 달성하지 못했다(2014년 .297, 2015년 .293). 올해 데뷔 첫 3할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인데(.298) 욕심이 날 것 같다

"욕심은 항상 있지만 욕심을 많이 가지면 성적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지금은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고 편하게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기록은 자연스레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30경기 정도 남은 상황에서 굳이 의식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생각 안하고 있다"

-2년간 딱 한 경기 결장했다. 체력관리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특별히 관리하는 것은 없다. 부모님이 좋은 몸을 물려주신 것 같다. 딱히 특출난 것은 없지만 안 아픈 것이 복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까지 2루수로 뛰었다. 지금 같은 수비 펼치기 위해 정말 많이 연습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 2루수를 하다가 대학교(한양대)에 가서 외야로 전향했다. 처음 바꿨을 땐 실수도 많이 했다. 사실 내야를 보면서 외야는 쉽다고 생각했다. 외야수로 나간 뒤 편견이 깨졌다. 만세도 부르고 많은 실수를 했다.

그리고 대학때는 수비에 대한 부분은 관심이 별로 없었다. 무조건 방망이만 잘 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프로에 온 뒤 코치님들께서 수비 중요성 일깨워주셨다.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 실력이 는 것 같다. 2군에 있을 때 김호 코치님께 정말 많이 혼났다(웃음)"

-도루에 대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덧 41도루다. 2년 연속 50도루도 가능하며 2년 연속 도루왕도 가능한 상황이다

"굳이 50도루가 아니더라도 뛸 수 있을 때 뛰어야 내 가치를 높일 수 있으니 개수에 연연하지 않고 뛸 수 있을 때, 팀에 도움이 되게끔 하다 보면 50개가 될 수도 있고 더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상황이 안되면 50개를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50도루)하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에 팀을 생각 안하고 '무조건 50도루 해야겠다'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시즌 전 삼진을 줄이고 싶다는 목표를 여러차례 언급했다. 이에 대한 현재 만족도는?

"지금도 만족은 못한다. 삼진 70개인가 그렇던데(정확히 70개) 작년보다 줄기는 줄었지만 테이블세터 치고는 많은 수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야구하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남은 시즌 목표가 있다면?

"팀이 아직까지 5강 싸움 포기 안했다. 5강 싸움 할 수 있게끔 나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다. 팀이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팀이 5강에 갈 수 있도록 공헌을 하는 것이 첫 번째다"

-팬들에게 한마디

"매년 1등만 하다가 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와중에도 팬분들께서 많이 찾아와주시는데 여기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삼성 박해민. 사진=대구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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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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