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KIA, 지금은 간판들이 해줘야 한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은 간판들이 해줘야 한다.

KIA 김기태 감독이 공식적으로 리빌딩을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KIA는 김 감독 부임 후 자연스럽게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올 시즌 부쩍 강화된 타선은 리빌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김호령, 강한울 등의 가능성 확인과 성장통이 대표적인 예다.

상대적으로 마운드는 리빌딩이 더디다. 불펜은 베테랑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4~5선발 난도 따지고 보면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부족한 단면이다. 홍건희가 선발요원으로 성장했지만, 더 많은 젊은 투수들이 커야 한다.

고무적인 건 리빌딩을 하면서 4~5위 다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KBO리그서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잡는 건 무척 힘들다. 리빌딩은 구단의 인내와 감독의 장기플랜수립 및 이행이 동시에 필요한 작업이다. 이 작업을 통해 좋은 성적을 낸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러나 지금 KIA는 그 어려운 작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래도 PS는 가야 한다

겉으로는 리빌딩을 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도전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려운 부분이 많다. 실제 KIA 경기를 보면 매 순간의 승부처서 각 파트별로 부족한 부분들이 보인다. 알고 보면 KIA는 크게 뒤처지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4~5위 다툼서 안정적인 입지를 다진 것도 아니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치다. 허약한 4~5선발과 젊은 불펜투수들의 기복 등 약점들이 뚜렷하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은 나갈 수 있을 때 꼭 나가야 한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얘기다. 완벽하지 않은 KIA 전력상 포스트시즌에 언제 다시 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아직 리빌딩이 최종적으로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 더구나 매년 외국인선수 구성 등 KBO리그 순위다툼은 변수가 많다. KIA는 올 시즌을 절대 놓칠 수 없다.

2011년 이후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진정한 강팀은 가을야구의 승자다. KIA는 물론, 모든 팀의 리빌딩 종착역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리빌딩 기수들이 포스트시즌을 많이 겪어보고, 시행착오 끝 실패도 해봐야 성공할 수 있다. 야구뿐 아니라 인생사의 이치다. 홍건희, 김윤동, 한승혁, 김호령, 강한울 등이 올 가을 포스트시즌을 겪어보고 시즌을 마감하는 것과 겪지 못하고 마감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게 야구관계자들 설명이다.

▲간판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은 간판들의 활약이 필요하다. 마라톤으로 치면 35km 지점 이후 승부처다. 경험 많고,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간판들이 리빌딩 기수들을 이끌어줘야 한다. 그래야 젊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볼 수 있다. 살얼음 4~5위 다툼서 젊은 선수들이 KIA를 끌고 나가는 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23일 창원 NC전 승리는 이상적이었다. 해줘야 할 간판들이 제 몫을 해주면서 깔끔하게 이겼다. 선발 고효준은 이적생이지만, 이미 프로 15년차 베테랑이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서의 경험이 풍부하다. 최근 고효준의 페이스는 좋다. 8월 9경기서 선발 2경기 포함 평균자책점 1.96. 고효준이 4~5선발 약점을 메워내면서 전천후 불펜으로 뛰면 KIA 마운드에 큰 힘이 된다. 이 때문에 임준혁을 KIA로 보내는 것에 합의했다.

불펜은 베테랑 김광수, 최영필, 임창용이 깔끔하게 막았다. 세 사람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이라 연투를 하면 구위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불펜 운용을 보면 철저히 구분한다. 매 경기 잡아야 하는 총력전이지만, 무리시킬 수 없다. 타선에서도 올 시즌 확실히 부활한 나지완의 홈런과 브렛 필의 해결사 능력, 이범호의 건실함이 마운드를 뒷받침했다.

4~5위 다툼을 펼치는 KIA는 이런 게임이 최대한 많이 나와야 한다. 얼마나 더 나올 것인지에 대한 보장은 없다. 그래도 간판들이 이끌어주면 젊은 선수들이 부담을 덜고 따라갈 수 있다. 자연스럽게 팀 케미스트리는 단단해지고, 4~5위 다툼의 동력이 생긴다. KIA의 올 시즌은 물론, 미래를 감안하면 지금은 정말 중요한 시기다.

[KIA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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