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복귀전 BS, 두산 그래도 버텨야 한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래도 버텨야 한다.

두산은 격변의 8월을 보내고 있다. 주전급 선수들의 1군 등록과 말소 폭이 올 시즌 들어 가장 크다. 부상자가 너무 많다. 메인 셋업맨 정재훈이 3일 잠실 LG전서 박용택의 타구에 전완근이 골절되면서 수술을 받았다. 사실상 시즌 아웃. 마무리 이현승도 허벅지 통증으로 13일부터 22일까지 1군에서 말소됐다. 심지어 지금도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는 견갑골 실금으로 1군에서 빠진 상태다. 더스틴 니퍼트, 양의지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7월 말에 이탈한 뒤 8월 초에 복귀했다.

이런 상황서 이현승이 2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했다. 정재훈과 이현승이 동시에 빠진 뒤 김성배, 윤명준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정재훈과 이현승이 6~7월 이후 기복이 있었지만, 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컸다.

김태형 감독은 이현승을 1군에 등록하자마자 곧바로 세이브 상황에 내보냈다. 그만큼 마무리투수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현실적으로 이현승이 아니면 대안도 없다. 성적을 떠나서 이현승은 두산 불펜에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그런 이현승이 복귀전 초구에 양석환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았다. 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 바깥쪽 높은 코스로 들어간 볼을 양석환이 잘 받아쳤다. 이현승의 실투라기보다 양석환이 잘 쳤다고 봐야 한다. 이현승은 10회에도 1실점하며 패전까지 떠안았다. 두산은 9연승 직후 2연패.

결과만 놓고 보면 두산에 23일 경기 패배는 매우 뼈 아팠다. 그렇다고 해서 두산이 이 패배를 계기로 갑작스럽게 페이스가 급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9연승 후유증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 연패를 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두산은 좋은 케미스트리를 갖고 있다. 불펜의 약세를 막강 선발진과 타선이 잘 메워내는 구조다. 두산의 8월 성적은 12승7패. 11일 대구 삼성전부터 20일 잠실 NC전까지 무려 9연승을 달렸다. 정재훈과 이현승의 이탈로 필승계투조가 완벽히 무너졌음에도 막강한 선발진의 위력, 되살아난 타선을 앞세워 NC의 사정권서 조금씩 벗어났다. 최악의 분위기, 위기감이 극대화된 상황서 오히려 치고 올라갔다.

올 시즌 이현승이 블론세이브한 4경기 다음날 성적도 2승2패로 나쁘지 않다. 심지어 이현승이 블론세이브 한 날에도 1경기는 이겼다. 범위를 5경기로 넓혀도 합계 11승9패로 괜찮다. 충격을 빠르게 추스르고 좋은 흐름을 만들어가는 능력은 선두 두산의 진정한 저력이다.

버텨야 산다. 두산은 9연승으로 NC를 다시 떨어뜨렸지만, 추격 사정권에서 완벽히 벗어난 건 아니다. 최근 2연패하는 동안 NC가 2연승하면서 게임차는 다시 4.5. 2~3연승과 2~3연패가 동시에 일어날 경우 이 간격은 금방 사라진다.

두산 선수들이 이 부분을 모를 리 없다. 때문에 적당한 긴장감과 위기감 속에서 경기를 치르면 8월 9연승 때처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어차피 이현승의 기복은 날씨가 더워진 뒤부터 이어졌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도 없다. 두산은 작년에도 불펜 약세를 딛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냈다. 9월에는 홍상삼과 이용찬이 차례로 1군 마운드에 가세할 수 있다. 불펜 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돌아와도 두산 불펜이 안정된다는 100%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두산은 또 버텨내야 한다. 이제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그럴 힘을 갖고 있다. 두산으로선 운명이자 숙명이다.

[이현승(위), 두산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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