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휴식 무용론'에 담긴 메시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에 휴식이라는 게 옳은 것인가."

한화 김성근 감독과 '휴식'은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다. 김 감독은 강한 훈련의 대명사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훈련을 통해 육체적인 피로를 이겨내면서 극복하고,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믿는다.

김 감독이 휴식을 배척하는 지도자는 아니다. 개개인의 컨디션과 몸 상태, 팀 내 주전구도 등 상황에 따라서 쉬어야 할 선수는 결과적으로 쉬게 해준다. 다만 그것이 휴식이라는 단어로 포장되는 걸 썩 원하지 않는 모양새다.

▲송광민 결장

김 감독은 29일 잠실 두산전서 주전 3루수 송광민을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대신 신성현을 기용했다. 결과적으로 송광민은 연장 11회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경기 전 휴식을 위한 선발라인업 제외인지를 묻는 질문에 "휴식은 좀 그렇지 않나 싶다. 그만한 체력을 갖고 하는 게 프로다. 프로는 전쟁이다. 전쟁에선 모든 걸 쏟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프로 선수라면 144경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테크닉을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 시즌 중 전력을 다해야 할 때 체력이 떨어져 휴식이 필요한 선수라면 프로로서 준비가 덜 됐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프로에서 휴식이라는 게 옳은 것인가 싶다"라고 했다.

KBO리그가 144경기 체제가 되면서 휴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벤치에선 주전들에게 의도적으로 휴식을 부여한다. 야수의 전 경기 출전은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감독이 선수들에게 적절히 휴식을 부여, 상황에 따라 다양한 조합을 통해 최적의 전력을 발휘하는 게 높게 평가 받는 시대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의 '휴식 무용론'은 확실히 남다르다.

▲정근우 케이스

올 시즌 한화에서 전 경기 출전 중인 선수는 김태균이 유일하다. 타율 0.343 10홈런 68타점으로 올 시즌에도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도 단 1경기에만 결장, 타율 0.326 24홈런 86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김 감독 지론에 따르면, 김태균과 로사리오는 한화에서 가장 프로패셔널하다.

김 감독이 주목한 선수는 이미 3경기에 결장한 정근우다. 올 시즌 88경기서 타율 0.307 13홈런 61타점 74득점으로 테이블세터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3경기에 빠졌지만, 베테랑인 걸 감안하면 팀 공헌도는 높다. 김 감독은 "정근우는 경기 중에 알아서 잘 쉰다. 상대 선수, 심판과 이야기도 한다. 그것도 재주이면서 기술"이라고 웃었다. 경기 중 알아서 적절히 휴식을 취하면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으니 3경기에 빠졌어도 프로패셔널하다고 보는 것이다.

▲심수창 케이스

김 감독은 30일 잠실 두산전 선발투수로 심수창을 예고했다. 심수창은 29일 경기서 구원 등판, 1⅔이닝 동안 23구를 던져 3피안타 1볼넷 2실점했다. 프로에 휴식은 의미 없다는 김 감독의 지론에 걸맞은 선수 기용이다.

물론 김 감독이 현실적으로 심수창에게 긴 이닝 소화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심수창이 조기에 강판된다면 체력 안배 혹은 휴식 차원이 아닌 김 감독의 전략적 한 수로 해석해야 한다. 다만 혹시 심수창이 무너지면서 팀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다면 그 역시 김 감독의 전략 미스로 해석할 여지도 생긴다.

[김성근 감독(위), 정근우(가운데), 심수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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