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부산행', 아포칼립스와 희망을 말하다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 '부산행'이 좀비 영화라고만 볼 수 없는 까닭은, 그 안에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그려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의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에서는 직접적인 묘사보다 감염자, 좀비들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우리 사회를 신랄하게 드러냈다.

"수안아, 이럴 때는 꼭 그렇게 양보 안해도 돼."

"...왜요?"

달리는 열차 안, 좀비들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생존자들은 다음 칸으로 이동을 하고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훨씬 더 날선 모습으로 딸 수안(김수안)을 보호한다. 이 때 수안은 집에 있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옆에 있는 머리 희끗한 할머니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다. 석우는 그런 수안에게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수안은 "왜요?"라며 어른의 말에 의구심을 품는다.

수안이 보는 어른들의 모습은 집에서 엄마에게 배웠던, 유치원에서 배웠던 '정답'과는 달랐다. 노숙자(최귀화)를 보는 버스회사 상무 용석(김의성)의 경멸하는 눈빛과 "너도 공부 안하면 나중에 저런 아저씨처럼 돼"라는 남을 무시하는 말은 어린 수안에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수안은 "우리 엄마가 그런 말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랬는데?"라고 반문하고 용석은 "너네 엄마도 어렸을 때 공부 안했나보지"라며 비웃을 뿐이다.

'부산행'은 대전이 목적지인 두 명의 할머니, 성장 세대를 대표하는 석우와 용석, 10대 영국(최우식)과 진희(소희), 미래와 희망을 보여주는 수안과 성경(정유미) 뱃속의 아이로 크게 네 집단으로 구분되어 보여준다.

영화 속 할머니들은 크게 나서지 않지만 결정적인 행동을 보여주는데, 연상호 감독은 영화 속 할머니에 대해 '이데올로기적 집단'이라고 말했다. 사회 집단 안에서 두 할머니 세대는 근본적인 관념이자 다음 세대를 만든 주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연한 이기주의로 "놀고 있네"라는 조소섞인 말과 함께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세대라는 것 또한 나타낸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의 장르를 아포칼립스(apocalypse, 파멸 대재앙)라고 말했다. 가장 위의 세대에서 보여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시대는 그 아래 세대인 발전, 성장 중심의 인물인 용석과 석우와 갈등, 충돌을 빚는다. 또 10대 용국과 진희와의 관련성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어떻게 10대가 짓밟히고 피해를 입게 되는지를 섬뜩하게 그려냈다. 또 그 뒤로,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수안이를 바라보는 측은함과 희망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융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부산행'의 말미에 등장하는 긴 터널처럼, 어둡지만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길.

정유미는 '부산행'을 희망보다는 절망을 말하는 영화라고 말했고, 공유는 그럼에도 희망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연상호 감독은 이데올로기와 희망의 충돌과 융합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부산행'은 각자의 시선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흥미롭지만 무서운, 그래서 슬픈 자화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부산행'. 사진 = NEW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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