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사랑해, 매기’ 딸바보 아빠의 ‘사는대로 생각하는 법’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명언이다. 물론 좋은 말이다. 그러나 허점이 있다. 생각하는대로 사는 것이 좋은 삶이고, 사는대로 생각하는 것은 나쁜 삶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전자는 성공한 삶, 후자는 실패한 삶처럼 들리기도 한다. 전형적인 이분법이다.

이 말은 ‘생각’이 그대로 ‘삶’과 연결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세상에 생각을 삶에 온전히 투입하며 원하는 바를 모두 성취하는 사람은 없다. 예상은 언제나 목표치를 벗어나거나 모자란다. 계획은 언제나 뒤틀리고 수정된다. 어찌할 수 없는 대외환경의 변화가 생각을 산산조각 내버릴 때도 있다. 고스펙을 쌓고도 취업을 못하는 20대, 하루 아침에 구조조정 당하는 직장인에게 “네가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아서 그래”라고 말해보라. 당장 주먹이 날라올 것이다.

우리는 사는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생각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 내게 닥쳤을 때, 그 상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지혜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컨대, 우리는 ‘생각대로 사는 법’ 못지않게 ‘사는대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사랑해, 매기’의 발렌틴(유지니오 델베즈)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삶에 맞서는 법’을 강제로 배웠다. 아버지는 아들이 세상의 공포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기위해 공동묘지에 데려가고, 절벽 위에서 뛰어내리게 했다. 발렌틴은 당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여러 여자를 전전한다.

어느날, 1년 반 전에 만났던 줄리(제시카 린제이)가 나타나 발렌틴에게 딸을 맡기고 자신의 삶을 살겠다며 떠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자식을 받아든 발렌틴은 딸 매기(로레토 페랄타)를 키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스턴트맨으로 일한다.

폴 발레리의 명언을 발렌틴에게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바람둥이로, 여러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며 ‘생각하는대로’ 살았다. 그러나 어느날, 딸이 등장하면서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바람둥이는 ‘딸바보’로 변했다. 삶의 올바른 방향을 찾았다.

발렌틴은 아버지에게 ‘준비하며 삶에 맞서는 법’을, 딸 매기를 키우며 ‘준비없이 삶에 맞서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세상은 뜻대로 굴러가지 않고, 생각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자신의 원하는 생각을 밀고 나가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현실에 근거해 사는대로 생각해야 한다.

생각대로 사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고,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 준비하지 않았던 삶이 때론 더 많은 가르침을 준다. ‘사랑해, 매기’의 발렌틴은 그 깨달음을 얻었다.

[사진 제공 = 월드시네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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