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위키드' 고은성 "뽀얀 프린스? 구릿빛 섹시男 의도했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위키드’로 부쩍 성장했다. 이전에도 말 잘 하고, 호탕하고 연기에 대한 생각이 깊었지만 뮤지컬 ‘위키드’를 통해 만난 뮤지컬배우 고은성은 확실히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고은성은 현재 뮤지컬 ‘위키드’에 출연중이다. 고전 ‘오즈의 마법사’의 이전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샐러 ‘위키드’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와 글린다 두 마녀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바람둥이 왕자 피에로 역을 맡았다.

고은성은 ‘위키드’에서 틀에 박힌 왕자로 분하지 않았다. 우리가 상상하는 뽀얀 피부의 왕자가 아닌 까무잡잡한 얼굴과 근육질 몸의 건강한 왕자로 무대에 섰다. 그는 “사실 피에로는 왕자가 아니라 족장의 아들이다. 구릿빛 피부의 섹시한 남자를 의도했다”고 운을 뗐다.

“다른 매력으로 승부하려고 했어요. 오즈니까 하얗고 뽀얀 왕자가 아니더라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뭔가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프린스라는 느낌이 있잖아요? 귀공자 느낌에 호리호리한 왕자 느낌이요. 하지만 전 그런 느낌이 아닌 건강한 느낌으로 갔어요. 건강미 넘치는 미식축구 주장 같은 느낌?(웃음) 피에로 같은 경우 원래 제가 가진 느낌과 비슷한 부분들로 채울 수 있는 게 많아서 그런 부분들을 증폭시켰죠.”

고은성은 피에로와 비슷한 부분을 묻자 “허세?”라며 웃었다. 그는 “확실한건 피에로를 하면서 얻은 게 많다”고 강조했다.

“처음엔 힘들었어요. 그동안 했던 작품이나 인물과 색깔이 너무 다르니까요. 길들이 이미 정해진 상태라 ‘이런 걸 내가 어떻게 해야될까?’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처음엔 이런 부분이 채워지지 않았죠. 그동안 작품 할 때 인물이 하는 행동의 이유를 찾아서 갔다면 ‘위키드’는 행동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왜 하는지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어요. 그 이유들이 처음에는 너무 다가오지 않아서 스스로가 너무 가짜 같고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 접해보는 스타일의 작품인 만큼 초반에는 피에로와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확실하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좀 더뎌도 진짜를 찾아 가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넘어지더라도 진짜를 찾아 가자고 매일 자신을 다잡았다.

‘위키드’ 오디션 당시엔 어땠을까. “원래 오디션 볼 생각이 없었다”는 의외의 대답이 먼저 나왔다. 그는 “멋있는 캐릭터에 욕심이 없어서 ‘위키드’ 피에로는 내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비주류 캐릭터를 좋아하고 더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근데 ‘여신님이 보고계셔’ 양주인 음악감독님이 보이스 톤이 잘 맞을 것 같다며 ‘위키드’ 오디션을 추천하셨죠. ‘위키드’ 넘버를 좋아하긴 했지만 엘파바, 글린다 넘버만 들었지 피에로 캐릭터는 생각이 없었어요. 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탐이 나는데 내가 할 수 없는 걸아니까 탐도 안 났어요. 미국 여행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 왠지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미국 여행 이틀 전에 피에로 역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죠. 오디션 붙고 여행 가니 진짜 좋더라고요.(웃음)”

미국 여행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마친 뒤 ‘위키드’에 매진했다. 죽어라 연습했다기보다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피에로는 두 여자가 나를 두고 싸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이지만 그렇다고 멋있는 남자는 아닌 것 같았어요. 뭔가 뮤지컬 남자 주인공 하면 멋있고 여자를 위해 뭔가 지구를 엎을만한 에너지를 쏟아낼 것 같았거든요. 강렬한 눈빛, 카리스마 노래 같은 거요. 하지만 피에로는 달랐기 때문에 멋있게 표현하려 하지 않았어요. 좀 더 충동적인 사람을 생각했죠. 항상 선택의 순간에 놓이고, 충동적인 선택으로 살아가면서 성장하는 피에로를 생각했어요. ‘에라 모르겠다’ 이러고 가는 거죠. 하지만 그 순간적인 선택을 한 뒤에는 자기가 내뱉은 말을 책임지는 인물이죠. 그래서 더 재밌고 매력적이었어요.”

고은성은 관객들이 피에로의 마지막 지점을 포착했으면 그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극 마지막으로 갔을 때, 피에로가 뭔가를 향해 달려와서 그 지점에 도착한 모습을 관객들이 포착했을 때, 그거면 됐다”고 털어놨다.

‘위키드’에는 엘파바 역 박혜나, 차지연과 글린다 역 정선아, 아이비가 출연한다. 대선배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같이 하다 보면 부담감을 잘 못 느낀다. 누나들이 너무 착하고 성격도 다 되게 좋아서 전혀 못 느낀다”고 밝혔다.

“(박)혜나 누나, (차)지연 누나, (정)선아 누나, (박)은혜(아이비) 누나 다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혜나 누나는 처음에 노래 듣고 깜짝 놀랐어요. 마이크도 없이 연습실에서 노래하는데 정말 깜짝 놀랐죠. 지연 누나도 진짜 대단해요. 무대 위 행동들을 보면 엘파바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정확히 하니까 집중이 잘되죠. 선아 누나는 자유롭고 인생 자체를 즐기면서 사는데 신 들어가고 바로 집중하는 거 보면 진짜 안정감이 있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은혜 누나도 가수였는데 가수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대사도 잘 하고 노래도 잘 하고 글린다와 잘 어울려요. 누나들을 많이 웃겨드렸어요. 다 저 때문에 배꼽 찢어진적 많을 걸요? 말도 웃기게 하고 성대모사도 가끔 보여드렸어요. 혼날뻔 한적은 없어요.”

마법사 역 남경주도 고은성에게 큰 가르침을 줬다. 분장실에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연기에 대해 또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배우라는 직업, 공연이라는 게 완벽히 끝낼 수 있는 숙제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끝없이 변화하고 끊임없이 달라지겠다고 다짐했다.

“‘위키드’를 통해 얻은 거요? 좀 더 섹시해진 것 같아요.(웃음) 작위적이지 않고 상대를 보며 연기하고 노래하는 법을 배웠어요. 관객들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또 다양한 생각들을 가져가면 좋겠고요. 재밌게 즐기러 왔다가 감동을 받을 수도 있을 거예요. ‘위키드’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진실을 볼 수 있는 눈도 키울 수 있고요.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꼭 보시고 많은 걸 얻어 가시면 좋겠습니다.”

뮤지컬 ‘위키드’. 공연시간 170분. 오는 8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문의 1577-3363.

[고은성.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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