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유창식, 위험한 KBO리그 도덕불감증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창식은 말을 바꿨다.

KIA 오현표 운영실장과의 최근 면담에선 한화 시절이던 2014년 4월 1일 대전 삼성전 1회초 박석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것이 승부조작의 전부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25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조사 과정에선 그 해 4월 19일 대전 LG전 1회초 조쉬 벨에게 내준 볼넷 역시 승부조작이라고 실토했다.

즉, 유창식의 승부조작은 두 차례였다. 유창식은 KIA와 KBO를 속였다. 야구 팬들에겐 세 차례 부정행위(승부조작 2회+거짓말)를 한 셈이다. KBO는 이런 선수에게 승부조작 자진신고 첫 케이스라며 정말로 징계를 감면해줘야 하는 것일까. 약속대로 최고수준의 징계(실격)를 내리지는 않겠지만, 고민스러울 것이다.

▲위험한 도덕불감증

유창식이 KIA와 KBO에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혹시 자신만의 어떠한 치밀한 수가 들어있었다면 그 또한 실망스럽다. 자백의 순수성이 떨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승부조작은 횟수도 횟수지만,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절대로 훼손하면 안 되는 스포츠의 본질, 페어플레이를 무너뜨리는 악행이기 때문이다.

KBO리그 선수들은 2012년 박현준과 김성현 사건을 통해 승부조작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구단, KBO 차원에서도 매년 클린베이스볼 교육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악행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일부 선수들이 잘못을 알면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계속 넘고 있다.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물론 끊기 힘든 브로커의 유혹, 괴로운 협박 등 나름의 이유는 있다. 그러나 비겁한 변명이다. 처음부터 어둠의 문턱을 1mm라도 넘은 게 잘못이다.

승부조작은 물론, 최근 KBO리그에서 일어난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의 본질은 개개인의 양심과 자질이다. 구단들이 다 큰 성인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감시하며 계도 교육을 할 수는 없다. 최근 선수들과 일일이 면담을 하는 구단 관계자들도 "아니라고 하는 선수들을 무조건 의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도덕불감증이 위험수위에 이르면서 구단과 선수, 선수와 선수, 선수와 팬들의 믿음은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 요즘은 선수들의 일상적인 1~2군 등록 및 말소에도 "혹시?"라며 의구심을 가질 정도다. 결국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의심하고, 조직의 케미스트리는 악화된다. 정규시즌 일정은 진행 중이지만, 지금 10개 구단 분위기는 너나 할 것 없이 뒤숭숭하다. 유창식의 거짓말은 KBO리그 도덕불감증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그래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팬들이 등 돌리면 끝이다

KBO리그 주인은 팬들이다. KBO리그 구성원들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 서로를 믿지 못할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최후에는 팬들에게 신뢰를 잃는다. KBO와 구단들, 선수들이 진짜로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올 시즌 KBO리그는 사상 첫 800만 관중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신화는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팬들은 KBO리그를 좋아하지 않아도 즐길 거리, 흥미거리를 또 찾으면 된다. 그러나 KBO리그 구성원들은 팬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순간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팬들이 등을 돌리면 KBO리그도 끝이다.

KBO는 지난 22일부터 3주간의 승부조작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에 묵은 먼지들이 모두 제거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도덕불감증을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다. KBO리그 구성원 개개인의 마음가짐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하지만, 스포츠 앞에서 모두가 지켜야 할 고귀한 본질과도 같은 공정성과 순수성이 더 이상 훼손돼선 안 된다.

[유창식의 한화 시절(위), SK행복드림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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