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혁 이탈, 두산도 5선발 고민 시작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도 5선발 고민을 시작했다.

KBO리그에 5선발이 완벽히 자리 잡힌 팀이 있을까. 적어도 올 시즌 두산은 이 고민에선 자유로웠다. 김태형 감독이 시즌을 시작하면서 일찌감치 노경은(현 롯데)을 점 찍었다. 그러나 노경은 트레이드 이후에도 허준혁이라는 대안이 있었다.

그러나 허준혁이 2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됐다. 지난 12일 말소와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 전반기 막판이었다. 이미 전반기 마지막 등판을 마친 상황서 1군 한 자리를 차지할 이유는 없었다. 김 감독은 허준혁 대신 정수빈을 넣어 대주자, 대수비 파트를 강화했다. 전략적 선택이었다.

▲허준혁 이탈

그러나 이번에는 허준혁의 최근 성적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5월 26일 KT전(5⅓이닝 2실점) 이후 선발승이 없다. 6~7월에는 선발 6경기서 3패에 그쳤다. 7월 2경기서는 연이어 3⅔이닝, 3⅓이닝 소화에 그쳤다. 평균자책점 9.00까지 치솟았다.

허준혁은 선발로서 썩 빠르지 않은 패스트볼을 갖고 있지만, 정확한 제구력으로 5이닝 정도 버텨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스태미너가 썩 좋지 않다. 4~5회 이후 구위가 확 떨어지는 스타일. 적시타 한, 두 방을 맞으면 더욱 흔들리는 약점도 노출했다. 때문에 등판 당일 컨디션 편차에 따라 투구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아무래도 5선발 특성상 등판간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허준혁의 이탈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 스타일상 당분간 허준혁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줬다고 봐야 한다. 허준혁은 일단 2군으로 내려가지만, 다시 언제든지 1군에서 활용될 수 있는 투수다. 최소한 롱릴리프로서의 역량은 충분하다.

▲플랜B는

김 감독은 5선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26~28일 고척 넥센전에는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 더스틴 니퍼트가 선발로 나선다. 26~27일 비 예보가 있지만, 어차피 고척돔은 우천취소가 없다. 결국 로테이션상 29일 잠실 한화전서 새로운 5선발이 투입돼야 한다. 19일, 24일 선발 등판한 장원준은 30일 잠실 한화전 선발등판이 유력하다.

현 시점에서 유력한 후보는 안규영과 고원준이다. 그동안 롱릴리프로 뛰어왔지만, 전형적인 선발 유형의 투수다. 고원준이 9일, 안규영이 19일 각각 1군에서 말소됐다. 김 감독은 고원준 말소 당시 "2군에서 선발로 준비를 시킬 것"이라고 했다. 일단 고원준은 이후 퓨처스리그 등판 기록이 없다. 그러나 안규영은 23일 KT와의 퓨처스리그에 선발 등판, 5이닝 7피안타 2사사구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투구내용은 썩 좋지 않았지만, 날짜상으로는 정확히 5일 휴식 후 29일 잠실 한화전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중요한 건 안규영이나 고원준의 5선발로서의 투구내용이다. 두 사람은 선발로 1~2차례 호투했지만, 이후에는 김 감독에게 선발투수로서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구위로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다 제구력도 기복이 있었다. 두 사람으로선 허준혁이 2군에 내려간 지금이 기회다. 그 기회를 나중에는 다시 잡지 못할 수도 있다. 허준혁 또한 열흘 후 5선발 재합류를 노릴 수 있다.

안규영, 고원준, 혹은 제 3의 후보, 그리고 허준혁까지. 두산 5선발 경쟁이 볼만하다. 전체적으로 7월 페이스가 썩 좋지는 않은 상황. 플랜B의 활약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허준혁(위), 안규영(가운데), 고원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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