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127명' 깃발더비, 무더위 날려버린 흥행카드

[마이데일리 = 성남 안경남 기자] ‘깃발더비’가 K리그의 새로운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성남FC와 수원FC는 24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2라운드를 치렀다. 경기는 권용현의 원맨쇼를 앞세운 수원FC의 2-1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올 시즌 두 번의 깃발더비에서 수원FC가 1승1무로 성남을 압도했다.

치열했던 승부만큼이나 팬들의 반응도 대단했다.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탄천종합운동장은 경기 전부터 양 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행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양 팀 구단주가 촉발시킨 깃발더비는 첫 번째 맞대결에서 여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평소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이재명 성남 시장과 염태영 수원 시장의 SNS 설전에서 시작된 두 팀의 더비는 이재명 시장이 ‘이긴 지역의 시청 깃발을 진 시청에 걸자고 내기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염태영 시장이 이를 받아 들이며 탄생했다.

일부 팬들은 이를 두고 스페인 최강 라이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인 ‘엘클라시코’를 인용해 ‘깃발라시코’라고 부리기도 했다.

첫 만남은 흥행 대박이었다. 수원종합운동장에 1만3천여명의 구름 관중이 모였다. 수원FC 홈구장 역대 최다관중 기록이다. 비록 승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양 팀이 한 골씩 터트리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번에도 팬들의 반응은 무더위를 날려버릴 만큼 뜨거웠다. 무려 1만1127명이 깃발더비를 수 놓았다. 수천여명의 수원FC 팬들이 직접 성남을 찾았고, 성남 홈 팬들도 주말 저녁 예능 프로그램을 마다하고 탄천으로 모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찜통 더위에도 팬들은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며 더위를 해소했다.

더비는 축구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선수는 물론 팬들도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가 평균 3만명이 넘는 ‘빅매치’로 성장한 것도 더비가 갖는 특수성 덕분이다.

연속성도 있다. 깃발더비서 승리한 수원FC는 지금의 우위를 이어가려 할 것이고, 반대로 안방에서 패배한 성남은 설욕을 노릴 것이다. 더비가 축구를 즐겁게 하는 이유다.

[사진 =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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