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내 연기력 부족이다"…박주미의 고백, 용기 있는 이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1회 때 고수 씨, 진세연 씨도 없이 제가 막중한 임무를 맡고 시작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연관 검색어에 '연기'란 게 나오니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

배우 박주미가 21일 MBC 드라마 '옥중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사극 연기력 논란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극 중 악녀 정난정을 맡은 박주미는 첫 등장부터 사극 말투가 '어색하다'는 시청자들의 호된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사극 말투와 현대극 말투가 혼용돼 비교적 표현이 자유로운 '옥중화'에서도 박주미가 화를 내거나 소리 지르는 장면은 유난히 극에 녹아 들지 못하고 도드라졌다.

그간 악녀 역할과 거리가 멀었던 탓에 정난정을 쉽게 소화하지 못하는 데다가, 앞서 다른 사극에서 정난정을 연기했던 배우들과 비교되며 더 신랄한 평가도 받고 있다.

박주미는 '옥중화'의 남은 절반 분량 동안 "옆의 분들께 죄송하지 않고 싶고 드라마에 폐가 되면 안 된다"며 "더 성장하는 모습으로 최선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로들의 세계인 드라마 현장에서 부족한 연기력이 비판 받는 건 마땅하다. 다만 박주미가 이를 인정하고 고개 숙인 건 나름 용기 있는 행동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수십 명의 취재진은 물론이고 진세연, 고수에 최태준, 서하준 등 후배 배우들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 앞에서 박주미는 결코 자존심을 세우거나 하지 않았고, 자신의 부족함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제 아무리 경력 많은 배우라도 대중의 냉철한 평가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는 걸 박주미가 보여준 셈이다.

일부 인기 많은 배우들 중에는 대중의 연기력 비판을 극도로 회피하는 이들이 있다. '나 잘하고 있는데, 왜?' 이런 식이다. 대중의 평가가 더 날카로운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 중에선 쓴소리에는 귀 닫고, 열성 팬들의 감언이설에만 현혹돼 발전이 없는 이들도 많다.

박주미가 비록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으나 악녀로 연기 변신한 건 좋게 평가할만하다. '톱스타'로 불리는 배우들 중 상당수는 젊은 시절 얻은 인기와 이미지에 의존해 CF 스타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냉정한 평가를 받더라도 당당히 무대 위에 올라 연기해야 '배우'로 불릴 자격 있다.

요즘에는 '배우'라 부르기도 민망한 CF 스타가 너무 많다. 그런 면에서 기존의 '청순 이미지'를 버리고 악녀에 도전해 대중의 비판에도 계속 정진하겠다는 박주미는 용기 있는 '배우'라 할 수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김종학프로덕션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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