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결산] '엇갈린 운명' 극명히 대비된 넥센과 삼성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던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 이는 옛 영광일 뿐이다. 2016시즌을 앞두고 넥센과 삼성 모두 어려운 시즌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선수들의 이탈 속 전력이 약화됐기 때문.

2016시즌이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전력 약화'라는 공통점 속에 시즌을 맞이한 넥센과 삼성이지만 이들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 '그래도 5강은 유력' 삼성-'압도적 최하위 후보' 넥센이었지만…

삼성과 넥센에게 지난 겨울은 차가웠다. 삼성은 붙박이 3루수였던 박석민이 NC로 이적했으며 야마이코 나바로가 일본 프로야구로 활동 공간을 옮겼다. 여기에 불법도박파문으로 임창용은 팀을 떠났으며 윤성환과 안지만의 거취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넥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넥센은 주축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른 박병호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에이스 역할을 했던 앤디 밴헤켄은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뿐만 아니다. 마무리 투수였던 손승락(롯데 자이언츠)과 중심타선 한 축을 형성했던 유한준(kt 위즈)은 FA를 선언한 뒤 팀을 옮겼다. 중심타자 2명에 에이스, 마무리투수가 팀을 떠난 것. 여기에 주축 투수였던 한현희와 조상우는 수술로 인해 한 시즌을 쉬게 됐다.

때문에 양 팀 모두 예년에 비해 시즌 전망이 밝지 않았다. '그나마' 나은 곳은 삼성이었다. 불과 1년 전까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팀이었으며 선수층 자체가 두껍다고 평가 받았기 때문. 비록 예년처럼 우승 후보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난히 5강 안에는 들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반면 넥센은 전문가는 물론이고 상대팀 지도자들, 선수들, 팬들로부터 모두 최하위 예상을 받았다.

▲ '화수분, 그 자체' 넥센과 '아 옛날이여' 외치는 삼성

염경엽 감독은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요즘 마음이 많이 상하고 있다"고 웃으며 "최근 3년과 달리 올해는 단연 꼴등 후보 넥센이 됐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주위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안 보이는 전력을 빼고 평가한 것 같다"고 말한 염 감독은 "팀 케미스트리나 선수들의 열정은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구성면에서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하나하나 채워 간다면 우리가 목표한 부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목표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것.

4월만 하더라도 양 팀의 승률은 같았다. 삼성은 11승 12패, 넥센은 11승 1무 12패를 기록했다. 순위는 공동 7위였지만 당시 3위였던 NC(12승 11패)와는 단 1경기 차이였다. 그 때만 해도 삼성에게는 '이제 시작'이라는 시각이, 넥센에게는 '우려의 시각'이 강했다.

또 한 번 예상이 빗나갔다. 염 감독은 취재진에게 "한 달 한 달 잘 버텨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의 말대로 넥센은 버티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도 잘. 반면 삼성의 승과 패 차이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넥센은 '화수분'이란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작년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신예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올시즌 처음 1군을 밟은 선수들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재영과 박정음, 박주현 등은 올해 1군에 데뷔한 뒤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고종욱과 김하성은 또 한 번 진화했다. 김세현은 마무리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김하성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전에는 이는 물론이고 잇몸으로도 언급되지 않았던 선수들의 대반전이다.

덕분에 넥센은 48승 1무 36패, +12로 전반기를 마쳤다. 염 감독은 전반기 종료 후 "전반기 동안 최선을 다해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하다. 34승 1무 48패를 기록하며 9위에 머물러 있다. 10일 한화전에 패하며 창단 이후 처음 10위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70승 3패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30승 8패에 불과하다. 7회까지 리드시 승률 .789로 10개 구단 최하위다.

윤성환과 안지만이 우여곡절 끝에 4월부터 선수단과 함께 했지만 이들도 큰 도움은 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까지 부상과 부진으로 속을 썩이고 있다. 타자들에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78)인 마운드가 무너지다보니 단순한 1패 이상의 충격을 받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예상보다 몇 배는 더 잘한 넥센과 최악의 시나리오가 모두 현실이 된 삼성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첫 번째 사진 왼쪽부터), 삼성 김상수와 넥센 박동원(두 번째 사진 왼쪽부터).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