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치 사태로 본 롯데 프런트의 위기 대처 능력

[마이데일리 = 부산 이후광 기자] 롯데가 빠른 판단과 대처로 아두치 사태를 일단락 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1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3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짐 아두치를 KBO에 웨이버 공시 신청 했다. 롯데는 금지 약물 복용 행위를 한 그와 함께 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이별을 택했다.

▲ 치료용 약물, 그러나 현실을 겸허히 수용한 롯데

아두치는 지난 5월 21일 KADA 주관 도핑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검사 결과 체내에서 금지약물인 옥시코돈 성분이 검출됐다. 아두치는 고질적인 허리디스크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에서 진통제를 공수해 복용했는데 이 진통제 안에 금지약물 성분이 함량 돼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아두치가 복용한 약물은 경기력 향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은 과다 복용 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위험성 약물로 분류된다. 앞서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주는 금지약물을 복용한 김재환(두산), 최진행(한화) 등의 사례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 사실을 롯데가 처음으로 접한 건 6월 24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였다. 당시 롯데는 KADA로부터 아두치의 도핑 검사 결과가 ‘비정상분석결과’로 나왔다는 통보를 받고 곧바로 그를 1군에서 말소했다. 말소 이유는 ‘허리 통증’. 징계 확정 전 선수보호를 위한 KADA 규정 제 13조에 따라 금지약물이 검출됐다고 밝힐 수는 없었다.

롯데는 KADA의 징계 전까지 아두치를 굳이 엔트리에서 제외시킬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중위권 혼전 속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던 상황. 그러나 롯데의 결정은 말소였다. 당시 기자는 대전에서 조원우 감독에게 아두치의 말소 이유를 물었고 조 감독은 “허리가 아프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롯데는 아두치가 의무적 임시출전정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도의적인 책임에 따라 엔트리 말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프로 스포츠에서의 ‘약물 무관용 원칙’을 고스란히 적용해 1차 테스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 것이었다.

▲ 징계 발표 후 40분여 만에 웨이버 공시 결정

KADA는 결국 1일 아두치에게 36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KADA 규정에 의하면 한 시즌 전체 경기수의 25%부터 최대 50%까지 징계가 가능한데 치료에 의한 복용이라는 부분이 참작돼 25%에 해당하는 제재를 받았다. 징계가 발표된 시각은 1일 오후 4시 18분 경 이었다.

롯데 프런트는 징계 발표 후 즉시 사직구장에서 조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 간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불과 40여분이 지난 오후 4시 58분 경 아두치의 웨이버 공시를 결정했다. 복용 이유와 관계없이 규정을 위반한 선수와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순위 싸움 속에서 한 달이 넘게 외인의 공백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이번 아두치 사태는 선수와 구단 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다. 이런 부분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롯데 관계자 역시 "아두치가 미국에서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과 관련해 정확한 소통이 되지 않았다"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사건이 터진 후 2차 테스트를 요청하지 않은 점, 도의적 책임을 느껴 선수를 자발적으로 1군에서 말소한 점, 그리고 발 빠른 대처로 외인 교체를 결정한 부분은 높이 평가 받을만하다. 잘못을 인정하고 빠르게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 롯데 프런트가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짐 아두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