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포르투갈 4강 이끈 전술키워드 넷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90분 승부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포르투갈이 유로 2016 4강에 올랐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헛발질로 기회를 허비했지만, ‘18세 신성’ 헤나투 산체스의 역대 토너먼트 최연소 득점과 ‘통곡의 벽’ 페페의 맹활약으로 승부차기 승리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하늘이 포르투갈을 돕고 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24개로 참가국이 늘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일찌감치 짐을 샀을 것이다. 하지만 행운이란 그림자에 포르투갈의 장점이 가려진 것도 사실이다. ①시시각각 변하는 4-4-2와 ②2선 로테이션 ③그리고 페페가 버티는 포백(back four:4인수비)과 ④헤나투의 등장은 포르투갈을 4강으로 이끈 중요한 ‘전술키워드’였다.

#선발 명단

페르난두 산토스 감독은 부상을 당한 안드레 고메스와 라파엘 게레이로 대신 헤나투와 엘리세우를 선발로 내보냈다.

아담 나바우카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와 아르카디우스 밀리크가 투톱에 서고 야쿱 브와쉬치코프스키와 카밀 그로시츠키가 측면에 포진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무득점 부진에 시달렸던 레반도프스키가 1분40초만에 포르투갈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첫 골이다. 포르투갈의 오른쪽 풀백 세드릭 소아레스의 안일했던 위치 선정이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공격으로 나가던 상황에서 공이 끊겼고 루카스 피스첵의 롱패스가 벌어진 포르투갈 중원을 지나 한 번에 그로시츠키에게 전달됐다. 당연히 포르투갈의 수비가담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순간 폴란드가 수적 우위를 점했다. 그로시츠키, 밀리크, 레반도프스키와 포르투갈 센터백 페페, 조세 폰테가 3v2의 상황을 맞이했다. 윌리엄 카르발류가 뛰어왔을 땐 이미 레반도프스키의 슈팅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 뒤였다.

레반도프스키는 4개의 슛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를 향한 패스가 부족했다. 레반도프스키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횟수는 4차례 밖에 되지 않았다. 투톱 파트너인 밀리크와의 연계도 아쉬웠다. 두 선수가 공을 주고 받은 건 각각 2차례(레반도프스키→밀리크), 4차례(밀리크→레반도프스키) 밖에 되지 않았다.

#4-4-2

포르투갈의 포메이션은 시시각각 변한다. 전문 스트라이커 없이 두 명의 ‘윙어’ 호날두와 나니가 최전방에 서면서 투톱과 제로톱을 넘나든다. 또한 공격 2선도 계속해서 자리는 바꾼다. 선수들간의 약속된 움직임과 감독의 지시가 겹치면서 바뀌고, 또 바뀌었다. 이날도 산토스 감독은 경기 중에 수시로 선수들의 포지션을 수정했다. ⓐ처음에는 나니가 오른쪽에 서고 주앙 마리우가 왼쪽에 자리했다. ⓑ그러나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주자 작전을 바꿨다. 산토스 감독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뛰쳐나와 나니와 마리우의 위치 변화를 지시했다.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그러자 전반 31분 다시 변화를 시도했다. 산토스 감독의 지시를 받은 마리우가 경기장에선 손짓으로 포지션을 수정했다. 헤나투가 오른쪽으로 가고 나니가 호날두 옆으로 이동하면서 4-4-2가 됐다.

그리고 2분 뒤 동점골이 터졌다. 오른쪽 사이드에 있던 헤나투가 전방의 나니와 이대일 패스를 주고 받은 뒤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변화무쌍한 움직임이 결국 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찰나의 포메이션은 유기적인 동시에 산만하다. 끊임 없이 포지션이 바뀌면 상대에게 혼란을 준다. 하지만 반대로 스스로 혼란에 빠질 위험도 가지고 있다. 레반도프스키의 선제골이 대표적이다. 위치를 바꾸다 공을 끊기게 되면 수비적인 밸런스가 깨진다. 신태용호와도 묘하게 겹쳤다. 지난 리우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신태용 감독은 4-4-2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공격 2선의 무한 스위칭을 선보였다. 화려했다. 하지만 안 풀릴 땐 허점이 더 많이 보였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한 전술이다.

#로테이션

포르투갈은 이런저런 이유로 매 경기 다른 베스트11을 가동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 콘셉트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선발과 벤치의 실력 차가 크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물론 호날두가 빠지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게다가 자연스럽게 로테이션이 가동되면서 체력 안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두 번의 연장 승부에도 상대보다 많은 활동량을 선보인 이유다.

반면 폴란드는 변화가 거의 없다. 나바우카 감독은 승부차기까지 간 스위스전에서도 연장에 가서야 첫 번째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는 후반 37분에서야 선수를 바꿨다. 또 끝내 교체카드 한 장을 남겼다. 얇은 선수층은 변화의 폭을 좁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체력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폴란드는 이번 대회 내내 후반 중반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포르투갈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페페

페페는 이번 대회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이다. 그는 폴란드전에서도 이를 증명해 냈다. 페페는 아르투르 예드제칙과 함께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가로채기(6개)를 기록했다. 또한 수비지역에서 4차례 공중볼을 따냈고 2개의 태클을 성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0번이나 상대 골을 탈취했다. 물론 최종 수비수가 상대 공을 많이 끊어냈다는 건 그만큼 수비적으로 위험한 장면이 많았다는 얘기다. 공격 2선에 많은 숫자를 두고 사실상 1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두는 포르투갈의 약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르투갈이 토너먼트 2경기에서 1실점 밖에 하지 않은 건 페페의 영향이 크다. 산토스 감독도 “호날두는 훌륭했고 페페는 환상적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헤나투 산체스

첫 선발 기회를 잡은 낭랑 18세 헤나투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드리블 능력이다. 13차례 시도해 7번 성공했다. 양 팀 합쳐 최다 기록이다. 호날두(0번)와 나니(3번)를 더해도 헤나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공을 다루는 능력도 10대답지 않았다. 64개의 패스 중 60개를 성공했다. 93.7%의 패스성공률이다. 공을 쉽게 빼앗기지 않는다. 조별리그 내내 페너트레이션(Penetration: 상대 최종수비 돌파)이 부족했던 포르투갈에게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전성기가 지난 무티뉴는 벤치로 내려갔고 마리우와 고메스도 상대를 벗겨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헤나투가 해냈다.

#후반+연장+승부차기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 템포가 느려졌다. 후반 초반에 폴란드가 주도권을 되찾는 듯 했지만 체력 저하가 발목을 붙잡았다. 그 사이 포르투갈은 무티뉴, 히카르도 콰레스마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호날두의 결정적인 찬스는 헛발질로 무산됐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연장에 돌입하자 포르투갈도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패스는 느려졌고 슈팅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그리고 운명을 가른 페널티킥에선 폴란드의 4번째 키커 브와치코프스키가 실축하며 포르투갈이 5-3으로 승리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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