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덴 노히트노런 그 후, 마야일까 김태원일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야일까 김태원일까.

두산 마이클 보우덴이 KBO리그 13번째 노히터가 됐다. 보우덴은 지난달 30일 잠실 NC전서 9이닝 7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역대 외국인투수 세 번째 기록. 두산은 외국인 노히터를 두 명 배출한 최초의 구단이 됐다. 공을 받은 포수 양의지는 노히트노런을 2회 경험한 역대 세 번째 포수다.

보우덴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 노히터 투수들 중에서는 노히터 다음 경기에 부진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굳이 노히터가 아니더라도 완투완봉승을 거둔 투수도 다음 경기에 흔들린 사례가 적지 않다.

▲대기록 후유증이 존재할까

역대 노히트노런 투수들의 다음 등판을 살펴보자. 지난해 4월 9일 잠실 넥센전서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유네스키 마야는 다음 등판을 한 차례 걸렀다. 136구를 소화했기 때문. 12일만인 21일 목동 넥센전에 나섰으나 3이닝 8피안타 11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이후 부진에 빠진 마야는 시즌 도중 방출되는 수모를 맛봤다.

2014년 6월 24일 잠실 LG전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찰리 쉬렉(NC)도 29일 부산 롯데전서 4⅔이닝 7피안타 9실점으로 무너졌다. 물론 자책점은 1점에 불과했지만, 4⅔이닝 7피안타가 썩 좋은 기록은 아니다. 꼭 노히트노런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9년 여름에 3연속 완봉승을 따냈던 송승준(롯데) 역시 이후 페이스가 다소 떨어져 고생했다.

이런 사례들이 대기록 후유증을 증명하는 것일까. 야구관계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국내 한 투수출신 감독은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한다. 노히트노런을 하거나 완봉을 하면 평소보다 많은 공을 던질 수밖에 없다. 평소보다 집중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훨씬 더 크다. 대기록 이후 심리적으로 방심하면서 얻어맞는 경우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그는 "노히트노런도 1승이다. 2승을 주는 게 아니다. 난 어지간하면 무리시키지 않는 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그게 이득이다. 투수들도 노히트보다 승수를 많이 쌓는 게 훨씬 낫다"라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6월 21일 잠실 KT전서 감기몸살을 호소한 니퍼트가 6회까지 퍼펙트게임을 했으나 미련 없이 7회에 교체했다. 비슷한 맥락이다.

▲마야일까 김태원일까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록 후유증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그냥 못 던졌기 때문에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우덴 이전 노히트게임 달성투수들 중 다음 등판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한 케이스도 6차례다. 심지어 김태원(LG)은 1993년 9월 9일 잠실 쌍방울전서 노히트노런을 수립한 뒤 15일 잠실 삼성전서 9이닝 4피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그렇다면 보우덴은 마야의 길을 걸을까. 아니면 김태원의 길을 걸을까. 본인은 "마야는 마야이고, 나는 나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라면서 "나는 항상 준비된 투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우덴은 마야와는 수준이 다른 투수라는 평가다. 그는 이번 노히트게임으로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평균자책점은 3.34. 다승 2위에 평균자책점 3위다. 심지어 WHIP는 1.14로 리그 1위. 기본적으로 150km을 상회하는 패스트볼의 제구력이 안정됐다. 여기에 각이 크고 느리게 휘는 포크볼과 각이 작고 빠르게 휘는 포크볼을 승부처에서 능수능란하게 사용, 타자들을 압도한다. 포크볼 제구가 좋지 않을 때는 슬라이더와 커브 비중을 높이는 영리함도 돋보인다. 물론 지난 2~3개월간 약간의 기복도 있었지만, 국내 최정상급 투수라는 평가다. 때문에 설령 다음 등판에서 부진하더라도 부진이 오래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물론 변수는 있다. 보우덴은 139개로 역대 노히터들 중 최다 투구수를 기록했다. 무리를 한 건 분명하다. 경기 막판 구위가 다소 떨어졌으나 특유의 능숙한 경기운영능력으로 버텨냈다. 때문에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소화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두산은 예비 선발투수가 준비된 팀. 김 감독이 작년 마야처럼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게 하거나 안규영 혹은 고원준을 활용, 보우덴의 로테이션 간격을 넓힐 수 있다.

[보우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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