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콩테의 스리백, 티키타카를 지우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전략가’ 안토니오 콩테의 스리백(Back three:3인수비)이 ‘무적함대’ 스페인의 티키타카(Tiki-Taka: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를 지웠다. 경기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이탈리아의 압박에 스페인은 공을 소유하지 못했다. 실제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의 선제골이 터진 전반 33분까지 더 많은 패스(183v173)를 기록한 쪽은 아주리(Azzurri: 이탈리아대표팀애칭)였다. 그리고 점유에 실패한 스페인은 스스로 무너졌다.

#선발 명단

콩테 감독은 스웨덴전(1-0승)과 비교해 1명을 바꿨다. 부상을 당한 안토니오 칸드레바 대신 마티아 데 실리오가 출전했다. 그리고 아일랜드전(0-1패)에서 휴식을 취한 키엘리니가 선발로 복귀하면서 유벤투스 스리백 라인이 재가동됐다. 최전방에선 그라지아노와 에데르가 투톱 짝을 이뤘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는 4경기 연속 똑같은 베스트11을 사용했다. 아마도 벤치 멤버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사실 마땅한 카드도 없었다.

#콩테의 작전

콩테는 스페인의 두 가지를 묶었다. ①풀백의 전진을 막고 ②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압박했다. 먼저 이탈리아의 측면 윙백(Wing-back) 알레산드로 플로렌치와 데 실리오는 높은 위치에서 스페인 풀백(Full-back) 호르디 알바와 후안프란을 압박했다. 특히 왼쪽의 데 실리오는 후안프란과의 경합에서 완승을 거뒀다. 3번의 태클과 2번의 가로채기로 후안프란을 제어했다. 데 실리오가 전반에만 3개의 크로스를 올리는 동안 후안프란은 한 개의 크로스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대쪽의 알바도 비슷했다. 플로렌치와 안드레아 바르찰리의 이중 견제에 발이 묶였다.

다음은 부스케츠의 빌드업을 사전에 차단했다. 그 역할은 주로 그라지아노 펠레가 맡았다. 펠레는 수비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부스케츠를 계속해서 쫓았다. 직접적으로 공을 빼앗진 못했지만 부스케츠가 공을 오래 소유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또 압박했다. 그 결과 부스케츠는 전반 33분까지 13개의 패스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경기당 90개가 육박하는 패스를 기록했던 부스케츠다. 하지만 펠레의 맨마킹 수비에 부스케츠가 사라졌다.

그로인해 스페인은 부스케츠를 거치지 않고 공을 전방으로 연결할 수밖에 없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헤라르드 피케에게 가장 많은 패스를 전달했고, 피케는 부스케츠보다 뒤에 있는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에게 백패스를 더 많이 했다. 그만큼 줄 곳이 없었다는 얘기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공을 받기 위해 내려와도 문제였다. 페널티박스에서 멀어진 이니에스타와 파브레가스의 패스는 박스 밖을 겉돌았다.

#가로채기

풀백과 부스케츠가 막힌 스페인은 무리한 패스를 남발했다. 그리고 이는 이탈리아의 가로채기로 이어졌다. 이탈리아는 이날 22개의 가로채기를 성공했다. 이 중 20개가 이탈리아 진영에서 발생했다. 스페인이 어택킹서드(Attacking Third:이탈리아 수비지역)으로 공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패스가 대부분 끊겼다는 얘기다.

가로채기는 곧 이탈리아 역습의 시발점이 됐다. 공을 끊어낸 이탈리아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빌드업을 전개했다. ⓐ스리백에게 공을 전달한 뒤 안정적으로 점유율을 이어갔다. 후방에서 이탈리아는 항상 수적인 우위를 점했다. 다니엘레 데 로시까지 포함해 항상 4명이 마름모꼴 사각형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윙백을 적극 활용했다. 데 실리오는 스페인의 압박에서 가장 자유로웠다. 다비드 실바가 측면보다 중앙에 더 자주 머물렀기 때문이다.(이번 대회에서 실바의 불성실한 수비가담은 후안프란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마지막은 롱볼이다. 장신의 펠레 혹은 활동량이 많은 에데르가 공간을 찾아 움직일 때 긴 패스로 공을 상대진영까지 운반했다. 심플 이즈 베스트다.

#그라지아노 펠레

펠레의 가치는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빛났다. 전반 9분 제공권을 앞세운 헤딩으로 스페인 골문을 위협한 펠레는 전반 33분 상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선제골의 시발점이 된 프리킥을 얻어냈다. 이처럼 펠레 덕분에 이탈리아는 자신있게 공을 전방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코너킥 등 세트피스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문전에서의 마무리 능력도 뛰어나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발리슛으로 스페인을 완전히 침몰시켰다.

#델 보스케 실수 혹은 실패

스페인의 약점은 모든 게 너무 뻔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가 풀백을 막고 부스케츠를 압박하자 점유율을 잃은 스페인이다. 예측이 쉬웠다. 4경기 연속 똑같은 선발 라인업을 가동한 델 보스케 감독의 고집도 한 몫을 했다. 단지 같은 것을 반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상 첫 8강에 오른 ‘얼음나라’ 아이슬란드도 4경기 모두 같은 베스트11을 가동했다. 다만, 여기저기서 약점이 감지 됐음에도 그것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간 것이 문제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페인은 변화를 줄만한 카드도 부족했다. 루카스 바스케스는 경험이 부족했고 페드로와 티아고 알칸타라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아리츠 아두리스도 빌바오에서의 경기력을 재현하지 못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이 가능한 이스코와 사울 니게스를 제외한 결정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