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②] '사랑이 오네요' 민찬기 "다시 시작한 연기, 합법적 마약 같아"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①에 이어]

지난 2012년 프로게이머에서 배우로 전향해 KBS 2TV 시트콤 ‘패밀리’ 알 역을 통해 인기를 모았던 민찬기가 3년만에 돌아와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SBS 아침드라마 ‘사랑이 오네요’(극본 김인강 연출 배태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유능한 유학파 김정훈 역을 맡은 그는 힘들었던 3년 공백기를 이겨내고 다시 연기자로 돌아왔다.

사실 민찬기는 다른 일을 해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답답했던 자신의 마음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연기 뿐이라는 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적성에 맞는 게 많이 없었는데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꿨던 꿈 중 하나가 연예인인 만큼 꼭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되던 안 되던 다시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게이머로 활동할 때는 무서운 게 딱히 없었어요. 팬 분들에게도 전 그런 캐릭터였죠. 자신감도 있었고요. 근데 지금은 조금 세상을 안 것 같아요. 사람들의 도움과 어울림 없이는 뭐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느꼈어요. 과거엔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있었다면 지금은 달라졌죠.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사랑이 오네요’ 촬영할 때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좋아요. 선생님,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좋고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가 잘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사랑이 오네요’ 오디션 및 촬영은 어땠을까. 그는 “기대 반 긴장 반 하고 오디션에 갔었는데 또 운이 좋았던 건지 분위기가 좋았다”며 “역할 역시 조금 다른 느낌도 있긴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교직 생활을 하셔서 반듯하게 행동하려 하는 부분들은 조금 비슷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다시 연기를 시작하니 솔직히 그 느낌을 정말 까먹었던 것 같기도 해요. 첫 촬영 하는데 몸이 좀 많이 긴장되더라고요. ‘패밀리’ 때는 첫 작품이라 잘 몰라서 편하게 했다면 지금은 긴장이 좀 됐었죠. 근데 여기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좋은 에너지도 받고 하니까 조금씩 더 잘 풀리는 것 같아요. 감독님, 스태프 분들도 웃으면서 잘 챙겨주시고 선배님들은 조언도 잘 해주시죠. 또래 친구들도 제가 서먹하게 있으면 장난도 잘 쳐줬어요. 그러다 보니 편해졌어요.”

특히 박근형은 다시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민찬기에게 큰 귀감을 준다. TV로만 보던 대선배를 실제로 마주하니 민찬기에게는 배울 게 참 많다. “굉장히 존경하는 분인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박근형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눈빛이 빛났다.

“박근형 선생님께 마인드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한마디로 멋있으세요. 아무래도 내공이 있으시다 보니까 정말 배우라는 느낌에 멋있고 한 말씀 한 말씀 하실 때마다 ‘와, 저렇게 생각해야돼’ 이러면서 탁탁 들어와요. 두가지를 조언해주셨는데 평소 말하는대로 하라고 조언해주셨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라고 하셨어요. 그게 저의 이상향이 됐어요.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실 때마다 ‘더 해주시면 안됩니까’라고 할 정도로 배우고 싶은 것들도 많고 너무 신기해요.”

사실 프로게이머 시절에는 민찬기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이토록 크지는 않았다. 인기도 있었고, 그런 만큼 기회도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시작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연기자의 길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던 그는 게이머 활동을 하면서도 ‘배우 진짜 매력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친구를 통해 연기를 접하게 됐고, 빠르게 빠져 들었다.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는 합법적인 마약 같았어요.(웃음) 제가 합법적인 걸 좋아하는데 20대 남자가 어디 가서 어리광 부리고 화내고 울 수 있겠어요. 근데 연기는 합법적으로 화낼 수 있고 욕할 수 있고 이런 게 좋았죠.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조금 겉핥기 식으로 연기를 한 것 같아서 이젠 정말 잘 하고 싶어요.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어두운 감정의 스펙트럼은 깊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밝은 연기는 그 전에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고, 게이머 시절 악동 느낌도 있어 밝은 기운이 많았기 때문에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정적인 부분을 많이 표현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욕 하면서 보는 악역, 비호감 역도 해보고 싶고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으로서 열심히 하고 잘 해서 좀 여러 가지 재미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억해주신 분들게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감사하면서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 주세요.”

한편 민찬기가 출연중인 SBS 아침드라마 ‘사랑이 오네요’는 매주 평일 오전 8시 30분 방송된다.

[민찬기.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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