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김태형 감독, 왜 100승에 비관적일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천문학적인 수치 아닌가."

두산 김태형 감독은 29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시즌 100승 달성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두산은 28일 잠실 NC전서 완승했다. 시즌 반환점, 즉 72경기를 소화하면서 50승을 챙겼다. 남은 72경기서도 지난 72경기 페이스와 똑같이 50승만 따내면 시즌 100승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100승이 왜 대단한 기록일까. KBO리그 35년 역사상 단 한번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작년에 시작된 144경기 체제에서도 무려 7할 승률을 유지해야 근접할 수 있다. 경기 수가 적었던 과거에는 100승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역대 단일시즌 최다승은 2000년 현대의 91승이다. 당시 KBO리그는 양대리그, 133경기 체제였다. 올 시즌 두산이 100승을 달성할 경우 단일 시즌 최다승과 함께 최초의 100승 구단으로 기록된다. 순위를 떠나서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두산의 100승 달성을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지금까지 한 만큼만 하면 되지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따지고 보면 김 감독의 견해도 일리가 있다.

▲100승보다는 순위

정규시즌서 중요한 건 100승 등 수치가 아니라 순위다. 1위를 해야 정규시즌 우승이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 100승을 하고도 2위를 하는 것보다 90승만 해도 1위를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때문에 시즌 막판 몇 경기를 남겨놓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할 경우, 144경기 완주시점까지 100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이뤄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메리트 시스템이 폐지된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두산은 선두를 질주 중이다. 5경기 뒤진 2위 NC가 후반기에 두산과의 승차를 좁히면 두산도 더 많은 승수를 쌓아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생길 것이다. 그럴 경우 100승 도전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두산이 후반기에 NC의 추격 사정권을 벗어날 경우 그만큼 우승 확정시기가 빨라질 것이고, 100승은 순위다툼과 무관한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두산의 100승은 2위 NC의 페이스와도 연관이 깊다.

이미 두산에 10경기 이상 벌어진 팀들이 후반기에 두산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전력 자체가 두산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3위 이하 7팀이 후반기에 사실상 두산전에 집중하지 않을 경우 두산이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만큼 두산의 순위확정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100승에 대한 목표의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장기레이스 특성

현실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이후 마지막 경기까지 주전들 위주로 100% 전력을 가동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144경기 시스템에선 더더욱 그렇다. 주전들은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체력이 고갈되고, 잔부상도 발생한다. 감독 입장에선 한국시리즈를 대비, 주전들을 적절히 쉬게 해주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다. 과거 대부분 정규시즌 우승팀 감독이 그렇게 했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우승을 확정한 팀은 이후 백업 활용폭이 높아지고,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조금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평균적인 경기력이 약간 떨어지게 돼 있다. 시즌 막판 잔여일정의 경우 스케줄 자체가 불규칙적이라 연승 흐름을 타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두산도 크고 작은 잔부상을 앓는 주전이 즐비하다. 시즌 막판 어느 시점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다면, 100승에 도전하는 것보다 한국시리즈에 대비, 전력을 추스르는 게 현실적이다. 결론적으로 김 감독의 100승 비관론은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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