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새벽 2시에 타석에 들어서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현지 시각으로 새벽 2시가 지났지만 야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브롱스에 위치한 양키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스와 일전을 벌이고 있었다.

텍사스가 5-6으로 뒤진 9회초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양키스의 마무리투수 아롤디스 채프먼과 상대했고 볼카운트 3B 1S까지 이끌며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했다.

그런데 이때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이 심판진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비가 워낙 많이 내리고 있어 경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채프먼은 비 때문에 컨트롤을 하는데 애를 먹는 듯 했다. 심판진은 이를 수용해 경기를 중단했다.

양팀은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경기가 다시 열리기까지 3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양팀의 경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진정한 '끝장승부'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추신수는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현지 시각으로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오후 6시가 지나 시작된 경기가 어느덧 다음날 새벽까지 넘어간 것이다.

양키스는 워낙 지연된 시간이 길었던 탓에 채프먼 대신 우완투수 커비 예이츠를 올렸다. 채프먼과 좋은 승부를 하고 있던 추신수로서는 새로운 타석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였다.

볼카운트 3B 1S로 시작했지만 공 1개를 흘려 보내며 풀카운트를 맞은 추신수는 결국 스윙도 하지 못하고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 지연의 피해자가 아닐 수 없다.

텍사스는 추신수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예이츠가 연속으로 몸에 맞는 볼을 내주는 등 흔들리기 시작하자 애드리안 벨트레의 2타점 좌전 적시타로 역전하는 등 9-6으로 역전승하면서 오랜 시간 기다린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추신수는 이날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시즌 타율을 .279로 끌어 올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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