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데뷔 59주년' 안성기 "'사냥'으로 배우 인생 파란불"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런 안성기의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한 마리의 야생동물처럼 비탈진 산길을 뛰어다니고, 기다란 총으로 총격전을 서슴지 않으며, 건장한 근육질 몸으로 시선을 강탈한다.

영화 ‘사냥’에서 안성기는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엽사 무리가 저지른 사고의 목격자 기성 역을 맡아 정제되지 않은 야성적 매력을 폭발시켰다. 기성은 이성을 잃은 엽사 무리로부터 양순(한예리)를 지켜내려 엽사 무리들과 목숨을 건 추격전을 선보이는 인물.

“신나는 점도 있고 아쉬움 점도 있어요. 신난다는 건,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가장 많은 액션이 있는 영화를 했다는 게 앞으로 어떤 배우로서의 좋은 의미에서 파란 불이 켜진 게 아닌가 싶어요. 가능성을 많이 보여줘서 좋죠. 아쉽다는 건, ‘아 저런데서 이렇게 했으면 참 좋았을 걸’ 싶고요. 후회까지는 아니고, 늘 하는 생각이죠.”

‘사냥’은 안성기의 압도적 액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극 중 등장하는 대사처럼 람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히 60대 배우가 이런 액션 연기를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데 이 때문에 리암 니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양순이 기성의 딸이라 친다면 한국적 색채의 ‘테이큰’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전 가능성을 보였다고 생각해요. 더 장르를 다양하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연출자가 요구하는 많은 어떠한 액션이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되고. 이보다 더한 영화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 안성기는 ‘사냥’에서 자신보다 젊은 배우들보다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조진웅이 이런 안성기의 모습을 보고 “많이 각성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니, 그의 체력이 짐작갈 만하다. 안성기는 성인이 돼 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현재까지, 연기를 위해 꾸준히 운동을 거듭해 왔고 덕분에 젊은 배우 못지 않은 몸과 체력을 소유할 수 있었다. 현장에 안성기를 위한 스턴트맨도 준비돼 있었지만 “스턴트맨으로서는 속이 상했을 것”이라며 안성기가 미안해했을 정도로 액션신의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사실 안성기가 ‘사냥’에 마음을 뺏긴 건 격한 액션들을 선보이는 기성의 모습도 크게 작용했다. 안성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가 끓는” 끌림이었다.

“상황의 긴장감도 살아 있고, 옆집 아저씨 같은 엽사 무리들이 욕심 때문에 야수처럼 변해가는 모습 그리고 기성의 트라우마가 양순을 살려내고자 애쓰면서 자기가 오히려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그런 것이 좋았어요. 마지막 순간에는 굉장히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지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주제가 선명했어요.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이 추격전으로 이어지다 보니 너무 좋았죠. 거기다 이 나이에 이런 액션이라뇨. 막 뛰어다니고 이런 것이 피가 끓더라고요.”

‘사냥’은 160여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안성기임에도 “애착이 많이 간다”며 애정을 드러낸 영화다.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시켜준 작품일 뿐 아니라 자신 나이대의 배우, 앞으로 자신과 같은 나이가 될 배우들의 연기 폭을 넓혀준 작품이기 바로 ‘사냥’이다.

“이번에는 흥행에 초연하지가 않아요. 그 만큼 책임감이 더 들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어제 (‘사냥’ 제작자인) 김한민 감독이 ‘선배님 예매율 1위가 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기도해서 더 잘 되도록 해야죠’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되도록 많이 기도해야죠.(웃음)”

[배우 안성기.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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