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전차군단은 진화하고 있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전차군단’ 독일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완전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①결정력 난조로 비판을 받았던 ’가짜 9번’은 ‘진짜 9번’으로 바뀌었고 ②수비 불균형을 초래했던 우측 풀백은 ‘회베데스’에서 ‘키미히’로 교체됐다. ③그리고 마누엘 노이어가 버티는 수비는 마츠 훔멜스의 가세로 통곡의 벽이 된지 오래다. 이제 독일의 유일한 약점은 터지지 않은 토마스 뮐러 밖에 없다. 그럼에도 요하임 뢰브 감독은 독일이 우승을 위해선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쳐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상대에게 공간을 쉽게 허용해선 안 된다. 또 어렵게 찾아온 찬스를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유로를 지배할 수 있다”고 했다.

#선발 명단

뢰브 감독은 마리오 고메즈 원톱을 재가동했다. 공격 2선에는 메수트 외질, 뮐러와 함께 율리안 드락슬러가 배치됐다. 그리고 마리오 괴체는 벤치로 내려갔다. 포백(back four:4인수비)은 변화가 없었다. 북아일랜드전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키미히가 오른쪽 풀백으로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포메이션은 4-2-3-1이었다.

슬로바키아는 4-5-1에 가까웠다. 얀 코자크 감독은 최전방에 미할 주리스를 세우고 좌우 측면에 유라이 쿠츠카, 블라디미르 바이스를 배치했다. 그리고 독일의 공격형 미드필더 외질을 견제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 밀란 스크리니아르를 선발로 내보냈다.

#제롬 보아텡

제롬 보아텡은 후방 플레이메이커였다. 센터백인 그가 어택킹서드(Attacking Third:슬로바키아 수비지역)로 연결한 패스는 무려 21개였다. 특히 전반전 보아텡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총 59개의 패스 중 48개가 전반에 나왔다. 수비라인을 내린 슬로바키아 덕분에 보아텡은 매우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선제골도 보아텡의 발 끝에서 나왔다. 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흐른 공을 논스톱 슈팅으로 때려 넣었다. A매치 63경기만에 터진 데뷔골이다.

#마리오 고메즈

제로톱은 없다. 폴란드전 무득점 이후 독일의 최전방은 원톱으로 바뀌었다. 뢰브 감독은 북아일랜전에서 승리한 뒤 “고메즈의 활약으로 독일에 진짜 스트라이커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더는 가짜 9번만 있는 팀이 아니다”며 “고메즈는 박스 안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항상 수비수 두 세명을 달고 다닌다. 덕분에 다른 선수들에게 더 많은 공간이 생긴다. 이것이 진짜 9번 고메즈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고메즈의 활약은 슬로바키아전에서도 계속됐다. 상대 수비와의 경합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드락슬러의 패스를 추가골로 연결했다. 무엇보다 뢰브 감독의 말처럼 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를 달고 다니며 드락슬러, 외질, 뮐러에게 공간을 제공했다. 마투슈 코자치크 선방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있었다.

#조슈아 키미히

바이에른 뮌헨의 멀티 수비수 키미히의 등장으로 독일은 풀백 고민에서 벗어났다. 이날 키미히는 87.7%의 패스성공률과 5번의 태클성공, 1번의 가로채기로 무실점 완승에 기여했다. 크로스의 정확성이 다소 부족했지만 수비적으로는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초 독일은 센터백인 베네딕트 회베데스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전문 풀백이 아닌 회베데스는 첫 경기인 우크라이나전부터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1대1 대결에서 고전했고 공격적인 지원도 부족했다. 자연스레 측면 미드필더와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수 밸런스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뢰브 감독에게 ‘람의 후계자’ 키미히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마츠 훔멜스

훔멜스가 가져온 효과는 안정감이다. 그는 유럽에서도 ‘패스 잘하는’ 센터백으로 꼽힌다. 바르셀로나와 꾸준히 연결됐던 이유다. 이날도 69개의 패스를 성공했다. 토니 크로스 다음으로 많다. 또한 공도 잘 빼앗는다. 무려 10차례나 상대 공을 탈취했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다. 그로 인해 독일은 슬로바키아에게 이렇다할 역습 위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아직까지 독일 수비가 시험 받을만한 경기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탈리아 혹은 스페인이 올라올 8강전이 훔멜스에겐 매우 중요한 일전이 될 전망이다.

#율리안 드락슬러

뢰브 감독의 또 다른 고민은 드락슬러, 괴체, 안드레 쉬얼레로 이어진 왼쪽 라인이다.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3명을 실험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괴체는 제로톱과 측면에서 길을 잃었고 쉬얼레는 교체로 임팩트가 부족했다. 드락슬러도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다.

하지만 괴체 대신 왼쪽 윙어로 출전한 드락슬러는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1골 1도움의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3개의 슈팅을 기록해 1골을 터트렸고 고메스의 추가골까지 도왔다. 특히 개인 대결(8번 성공)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뢰브가 고민을 덜었다.

#마누엘 노이어

독일 수비의 끝판왕은 이번에도 마누엘 노이어였다. 노이어는 전반 막판 실점과도 다름 없었던 헤딩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냈다. 만약 독일이 동점골을 내줬다면 경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다. 실제로 노이어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긴 독일은 전반 43분 고메즈의 추가골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독일의 진짜 괴물은 노이어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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