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슈퍼크랙 #1G1AS #아자르부활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우리는 ‘황금세대’ 벨기에에게 공간을 허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지난 아일랜드전(0-3패)을 통해 확인했다. 일명 ‘크랙(Crack:개인기술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으로 불리는 에당 아자르, 케빈 데 브루잉 등이 마음껏 경기장을 뛰기 시작하면 제어하기 쉽지 않다. 헌데, 헝가리는 공격과 수비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졌다. 그리고 매우 느슨했던 경기 운영은 4실점 참패로 이어졌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자신감이었을까. 아니면 베른트 슈토르크 감독의 전술적인 실수였을까. 이유야 어쨌든, 헝가리는 벨기에를 자유롭게 놔둔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선수는 첼시의 아자르였다. 그는 혼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뒤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내려왔다. 더 이상 지난 시즌의 악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발 명단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스웨덴전과 비교해 1명을 바꿨다. 야닉 카라스코 대신 드리스 메르텐스가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다. 최전방에 로멜루 루카쿠가 섰고 아자르와 데 브루잉이 메르텐스와 함께 공격 2선에 배치됐다. 포메이션은 4-2-3-1이었다.

슈토르크 감독도 4-2-3-1로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 풀럼과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WBA)에서 전성기를 보낸 37세 노장 게라가 자주 전진하면서 4-1-4-1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헝가리의 공격과 수비가 분리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게라는 수비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슈토르크는 후반에 가장 먼저 게라를 뺐다.

#409 vs 341

벨기에 역습은 점유율과 반비례한다. 이는 헝가리전에서도 증명됐다. 벨기에(341개)는 헝가리(409개)보다 성공한 패스 숫자가 적었다. 점유율도 49%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4골을 터트렸다. 실제 조별리그에서도 유일하게 패스 숫자가 상대보다 많았던 이탈리아전에서 0-2로 패했다. 아일랜드전(3-0승)은 더 재미있다. 패스 숫자가 역전 당한 후반에 3골을 몰아쳤다. 스웨덴전도 상대보다 적은 패스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처럼 벨기에는 상대 패스를 끊어낸 뒤 카운터어택을 시도할 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밀집수비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벨기에의 8강 상대는 파이브백(five back:5인수비)과 가레스 베일을 앞세운 웨일스다. 변화가 필요한 빌모츠다.

#세트피스

전반 10분 만에 터진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헤딩골은 벨기에가 경기 주도권을 쥐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헝가리가 앞으로 전진하면서 벨기에는 보다 쉽게 역습을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에 수차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건 다소 아쉽다. 선제골 이후 12개의 슈팅을 더 기록했지만 베테랑 골키퍼 가보르 키라이의 선방에 번번이 가로 막혔다.

#케빈 데 브루잉

데 브루잉은 헝가리전에서 가장 자유로운 선수였다. 아담 나지가 데 브루잉을 견제했지만 그를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데 브루잉을 거쳐간 패스는 무려 52차례나 됐다. 상대 진영에서 데 브루잉이 공을 잡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득점 기회도 4차례나 만들었다. 실제로 벨기에가 헝가리보다 패스 숫자가 적었음에도, 헝가리에서 데 브루잉보다 패스를 많이 받은 선수는 타마스 카다르(56회)가 유일했다. 그리고 자유를 얻은 데 브루잉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슈팅(7개)을 기록했다. 이에 슈토르크 감독은 하프타임에 게라를 불러들이고 아코스 엘렉을 투입해 어느 정도 공수 간격을 좁히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 33분 교체로 들어온 미키 바추아이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추격의 힘을 읽었다.

#슈퍼크랙

‘크랙’ 아자르는 개인 대결에서 헝가리를 파괴했다. 아자르는 14번 테이크 온스(Take-ons: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제치는 플레이) 중 11번을 성공했다. 엄청난 성공률이다. 후반에는 8번을 시도해 8번 모두 상대 수비를 벗겨냈다. 그리고 그 중 2번이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33분에는 바추아이의 추가골을 도왔고, 34분에는 수비수 3명을 한꺼번에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더 인상적인 건 수비적인 기여다. 아자르는 무려 10차례나 상대 공을 탈취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벨기에의 역습으로 연결됐다. 아자르가 부활했다.

#후반전

승리를 확신한 빌모츠 감독은 아자르를 빼고 마루앙 펠라이니를 투입했다. 펠라이니는 악셀 비첼과 중앙에 섰고 라자 나잉골란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잉골란은 후반 추가시간 전진패스로 카라스코의 4번째 골을 도왔다. 헝가리도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벨기에가 3골을 몰아친 후반 34분 이후 3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지만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의 선방에 땅을 쳤다. 그렇게 벨기에는 빛났고 헝가리는 탈락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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