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딜레마, 두산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선두를 달리는 두산도 고민이 있다.

마무리 이현승에 대한 딜레마다. 이현승에게 6월은 악몽이다. 8경기서 세이브 3개를 챙겼다. 그러나 2패 2블론세이브에 평균자책점은 8.64다. 결국 시즌 평균자책점도 4.91까지 치솟았다. 이미 18세이브를 챙긴 마무리투수다. 하지만, 6월만 놓고 보면 낙제점이다.

이현승은 3일 잠실 SK전서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그러나 마지막 타자에게 마지막 공을 던지는 순간 허벅지에 부상했다. 이후 1주일간 쉬었다. 현재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후 7경기 중 4경기서 실점했다. 부상과 휴식을 기점으로 제구와 구위가 정상적이지 않은 건 분명하다. 26일 인천 SK전서는 9회말에 3점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시즌 두 번째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동시에 기록했다. 적극적인 몸쪽 승부가 돋보였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맛이 부족했다.

결국 최근 두산은 경기막판이 다소 불안하다. 막강한 타선과 선발진이 적절히 약점을 메우면서 나쁜 흐름을 최대한 차단했다. 4~5월에 많은 승수를 쌓은 덕분에 선두수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래도 더 큰 꿈을 꾸는 두산으로선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현승 딜레마의 본질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전반기 막판 이현승에게 마무리를 맡기기 전 수 차례 마무리투수를 바꿨다. 스프링캠프 때 지금은 롯데로 이적한 노경은을 마무리로 내정했다. 그러나 노경은이 스프링캠프서 턱을 다치자 윤명준으로 교체했다. 윤명준이 시즌 초반 흔들리자 다시 노경은, 집단마무리 체제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인상적인 건 김태형 감독이 뒷문불안에 재빨리 대처,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그가 승부사 기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증거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과 상황이 다르다. 작년 전반기에 혼란을 겪으면서 마무리로 부적합한 투수들의 실체를 확인했다. 젊은 불펜투수들의 성장은 예상보다 더디다. 이현승과 정재훈 정도의 중량감을 지닌 젊은 불펜투수들을 키우는 건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함덕주, 오현택, 김강률 등은 후반기에 가세할 수 있다.

결국 이현승을 믿고 계속 뒷문을 맡겨야 한다. 이현승을 마무리로 기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대안이 없다. 마무리 경험이 있는 정재훈을 마무리로 돌리면 메인 셋업맨을 맡을 투수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 사람에 버금가는 강력한 불펜 자원을 육성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당장 올 시즌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이현승 딜레마의 본질이다. 김 감독이 이현승에게 계속 믿음을 주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일시적인 선택지들

다만, 일시적인 선택지들은 있다. 이현승을 시즌 끝까지 마무리투수로 활용하려면 일시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2년차 사령탑이지만, 세련되고 합리적인 선수관리능력을 인정 받는 사령탑이다. 이 시점에서 일시적인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예를 들어 마무리 경험이 있는 정재훈과 일시적으로 보직을 맞바꾸거나, 정재훈에게 일시적으로 마무리를 내주고 몇 경기 쉬게 할 수도 있다. 이현승에게 마무리를 맡기되 셋업맨 정재훈의 비중을 조금 더 높이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분명한 건 이런 방법들은 임시방편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현승에게 계속 믿음을 주는 것도 선택지 중 한 가지다. 이현승은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투수다. 딱히 기술적, 정신적 조언이 필요한 투수는 아니다. 오히려 이럴 때 한 발 떨어져서 믿고 지켜보는 게 해답일 수도 있다.

다음 3연전이 2위 NC와의 매우 중요한 일정인 것도 중요한 변수다. 김 감독은 선발로테이션을 조정하면서 NC 3연전 필승을 다짐한 상태다. 김 감독이 NC와의 홈 3연전을 앞두고 흔들리는 이현승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까.

[이현승(위), 이현승과 정재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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