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롯데 김문호가 말하는 100안타, 그리고 4할 타율

[마이데일리 = 대전 이후광 기자] 김문호에게 100안타란 그 어느 기록보다도 의미가 컸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터트린 한 선수가 있다. 무려 6월 중순까지 꿈의 타율인 4할을 유지하며 팀의 주전 좌익수로 자리매김했고 이제는 어느덧 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 중 한 명이 돼버렸다. 롯데 자이언츠 좌타 외야수 김문호(29)의 이야기다.

김문호는 지난 2006년 롯데 2차 3라운드 17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덕수정보고 시절 전도유망한 좌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막상 프로에서는 기존 주전의 벽과 부상에 막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다. 올 시즌 역시 개막전 엔트리에 들지 못했으나 4월 6일 1군에 콜업된 이후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며 수위타자로 도약했다.

김문호의 현재(26일 오전) 성적은 66경기 타율 0.364(275타수 100안타) 4홈런 36타점 장타율 0.491 출루율 0.427. 타율은 최형우(삼성)에 이어 리그 2위, 안타는 1위, 2루타는 5위(19개)이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33번의 멀티히트를 기록 중이다. 롯데의 주전 좌익수 도약을 넘어 리그의 수위 타자로 올라선 것.

특히 23일까지 시즌 98안타를 쳤던 김문호는 24일 대전 한화전에서 첫 타석 중전안타와 3번째 타석 동점 솔로홈런으로 시즌 100안타 고지를 선점했다. 생애 처음이자 올 시즌 65경기 만에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0안타를 때려낸 순간이었다. 65경기는 롯데 역사상 최단 기간 100안타 달성 기록이며 리그에선 공동 4위에 해당한다.

2014년 김주찬(KIA)이 62경기 만에 100안타를 달성한 게 최소 기록. 이어 서건창(넥센)과 이병규(LG)가 각각 2014년과 1999년 64경기 만에 100안타 고지에 올랐고 1994년 이종범(해태)과 2009년 박용택(LG)이 65경기 만에 100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25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만난 김문호는 “홈런으로 100번째 안타를 기록해 더욱 의미가 큰 것 같다”라고 100안타 달성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김문호와의 일문일답.

- 100안타 기록을 의식하고 있었나.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왔는데 황재균이 빨리 기록을 깨라고 말해줬다. 그 때 100안타에 1개가 남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쉽게 아홉수가 깨져서 다행이다. 또한 홈런으로 100안타를 달성해 분명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프로 11년 차에 잠재력이 터졌다. 그 동안의 야구 인생과 올해를 비교한다면.

“무엇보다 마음이 확실히 편해진 것 같다. 그렇다고 집중력과 절실함이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매일 경기에 나오는 적이 처음이라 편안한 심리에서 매 타석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올해는 2군에서 시즌을 출발했다. 처음부터 주전 좌익수가 아니었는데.

“맞다. 사실 시범경기 때 결과가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장종훈 코치님과 캠프 때부터 함께 해왔던 게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2군에서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빨리 1군에 올라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 지난 6월 11일 두산전부터 4할 타율이 깨졌다. 아쉬운 마음은 없는가.

“사실 말도 안 되는 타율이다. 1년에 야구를 3~40경기 하는 것도 아니고 144경기서 4할을 유지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출루율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사실 2개월 반 동안 4할을 유지했을 때는 시즌이 지금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웃음). 비록 4할은 깨졌지만 잘 쳤다는 뿌듯함은 분명 있다. 주변의 많은 격려도 큰 도움이 됐다.”

- 올해는 2번과 3번 타순을 번갈아 가며 맡고 있는데.

“사실 나는 장타자가 아니다. 원래 시즌 목표는 손아섭과 테이블세터에서 밥상을 차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타격 스타일 상 그게 더 편했다. 그런데 최근 중심타자들이 전력에서 이탈하며 3번을 맡아 책임감이 커졌다. 또 거기에 알맞은 배팅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부분 또한 이겨내야 한다. 아무래도 컨택만큼은 자신 있기에 테이블세터들이 밥상 차리면 병살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 올려 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 올 시즌 최종 목표는.

"아직 시즌이 반이 넘게 남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일단은 지금까지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보내본 적이 없어 1차 목표는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부가적으로 다른 수치들도 좋게 나올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롯데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항상 잘하나 못하나 한결 같이 응원해주시는 전세계 최고의 팬들이 있어 든든하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 변함없는 응원 부탁드린다.”

[김문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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