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부안군] 모든 일이 다 소생되는 절, 능가산 내소사

할머니, 할아버지 느티나무 한 쌍이 지켜온 백제시대의 명찰. 느리게 걷는 전나무 숲길에서는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오색영롱한 작은 새가 부리에 붓을 물고 벽에 그림을 그렸다는 전설의 법당이 있는 내소사. 대웅보전 앞에는 참배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늘 두리번거린다. 사미승의 장난으로 나무토막 한 개를 빼놓은 채 대웅보전을 지었다는 흔적을 찾아보려는 호기심에서다.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깎아 끼워 맞췄다는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무늬 문살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우리나라 장식무늬의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633년(백제 무왕34년)에 혜구 두타 스님이 창건한 내소사는 일주문에서 천왕문을 거쳐 약600미터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 유명하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만큼 깊은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화되는 느낌의 숲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좋다. 일주문 앞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넓고도 깊은 그늘을 드리운 채 서 있다. 전나무 숲길 끝자락 천왕문 안마당에 있는 1000년 된 느티나무가 바로 입암마을의 할아버지 당목으로 일주문 밖 할머니 느티나무와 짝이다. 그렇게 큰 나무가 바로 길가에 너무도 가까이 있는데 인연 없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만다.

백제 고찰 내소사는 자연과 조화로움을 간직한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힌다. 내소사 대웅보전 현판은 조선 후기의 명필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 법당 삼존불벽면에 그려진 백의관음보살좌상의 눈을 보며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전해 온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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