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몬스터', 강지환은 어벤져스 한국 멤버였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는 슈퍼히어로물인가.

남주인공 강기탄(강지환)은 머리에 총을 맞고 코마 상태에 빠졌으나 1년 후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사실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다. 강기탄은 그동안 어떤 위기에 빠져도 언제나 거뜬히 극복했다. 그가 총에 맞아 쓰러진 순간 '곧 일어나겠지' 싶었다.

극 초반 강기탄이 시력을 잃고 엄청난 청력을 얻었을 때만 해도 마치 마블의 슈퍼히어로 데어데블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데어데블도 어릴 적 사고로 시력을 잃고 뛰어난 청력을 얻은 남자다. 이후 그는 위기에 빠진 도시를 구하며 자경단원으로 산다.

그런데 이제 보니 강기탄이 한수 위다. 강기탄은 시력도 되찾은 데다 수읽기에 능한 지략에 초인적인 회복력까지 지녔으니, 따지고 보면 데어데블이 한수 아래다.

하지만 '몬스터'는 슈퍼히어로물이 아니다. 그저 한 남자의 지극히 사적인 복수극일뿐이다. 강기탄에게 악의 무리로부터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따위는 없다. 웬만한 마블 속 빌런보다 손쉽게 사람을 죽이고 악행을 저지르는 변일재(정보석) 역시 초능력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몬스터'는 슈퍼히어로물보다 현실성 떨어지는 전개를 그리고 있다. 강기탄이 데어데블보다 위대해 보이고, 변일재가 범접 불가의 악당으로 느껴지는 것도 이 탓이다.

'몬스터'가 26회 방송에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시청률 1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다.

높은 인기에 걸맞은 책임감으로 시청자들에게 탄탄한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 '1년 후'란 자막 하나 달랑 내보내고 느닷없이 오수연(성유리)이 변호사가 되고, 도건우(박기웅)가 사장이 된 장면도 마치 '지난 1년이 어땠는지는 알아서들 생각하라'는 무책임한 통보로 보였을 뿐이다.

[사진 = MBC 방송 화면-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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