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전' 두산 박세혁의 성장과 값진 조언들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야구는 어렵다."

두산 포수 박세혁은 부동의 주전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특급포수 양의지의 백업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시' 주전포수다. 양의지가 2일 창원 NC전서 발목에 부상한 뒤 1군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박세혁은 신일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2년 입단한 뒤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1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1군은 2군과 경기 후 피로도에서 차이가 크다"라고 했다. 이어 "역시 야구는 어렵다. 그래도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어서 좋다"라고 덧붙였다.

박세혁의 성장이 기대되는 건 주변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 강인권 배터리 코치, 아버지 박철우 타격코치, 선배 양의지 등이다. 박세혁은 이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심지어 룸메이트 김재환에게도 좋은 말을 듣는다.

▲그를 이끄는 사람들

박세혁의 강점은 귀가 열렸다는 것이다. 주변의 조언을 충분히 수용, 자신의 기량성장을 실전서 확인시켜준다. 그는 "1군 벤치에서 (양)의지 형의 볼배합과 리드를 계속 살펴봤다. 나름대로 의지 형과 비슷하게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감독님과 강인권 코치님이 항상 상황에 따른 볼배합 요령과 경기운영에 대해 조언해주신다"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세혁이가 백업으로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아무래도 양의지가 안방에 있을 때보다 벤치에서 볼배합 사인이 많이 나간다. 그래도 양의지는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지금 세혁이는 잘하고 있다. 블로킹도 좋아졌다.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 박철우 타격코치는 그라운드 혹은 덕아웃에선 거의 의식적으로 아들을 터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쉬는 날 집에서는 간단한 레슨도 한다. 박세혁은 "아버지가 집에서 가끔 '타격을 이렇게 해봐라'고 말씀해주신다. 물론 '열심히 해봐'라는 말씀이 가장 많다"라고 했다. 심지어 그는 "올 시즌 잘하는 (김)재환이 형도 숙소에서 많은 얘기를 해준다. 어머니는 아버지 내조 경험이 있어서 저에게도 알아서 먹을 것을 잘 챙겨주신다"라고 했다. 이렇듯 박세혁은 주변의 도움 속에 조금씩 성장 중이다. 포수로서의 송구력과 수비력이 괜찮다. 타격은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은 실전서 완전히 꽃피우지 못한 느낌.

▲결정적 순간들

박세혁에게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일단 "최준석 형에게 맞은 홈런이 너무 아쉽다"라고 했다. 두산은 12일 잠실 롯데전서 9회초 2사까지 4-2로 앞섰다. 주자는 1루. 정재훈-박세혁 배터리는 최준석만 잡으면 승리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재훈이 초구 헛스윙을 유도한 뒤 잇따라 볼 3개를 던졌다. 5구째 파울로 풀카운트를 만들었으나 위험한 순간이었다. 결국 박세혁은 6구째에 빠져 앉았다. 볼넷을 내주고 손용석을 상대하겠다는 계산. 하지만, 정재훈의 6구가 한가운데에 몰렸다. 최준석의 극적인 우중월 동점 투런포.

당시 두산은 11회말 민병헌의 끝내기안타로 승리했다. 그러나 박세혁은 최준석에게 맞은 투런포를 너무나 아쉬워했다. "빠져 앉았다. 내가 더 확실하게 재훈이 형에게 볼을 던지라고 요구했어야 했다"라고 자책했다. 정재훈이 대선배라 주춤한 부분도 있었다. 박세혁은 "그럴 땐 아무리 선배라도 확실하게 요구할 것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투가 나왔지만, 결국 다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박세혁은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또 하나의 결정적 순간은 15일 광주 KIA전. 1-2로 뒤진 두산은 5회초에 3-2 역전에 성공했다. 찬스는 이어졌다. 1사 주자 1,2루에 타석에 들어섰다. 임준혁의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 슬라이더를 통타, 우중간으로 빠지는 큼지막한 2루타를 터트렸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5-2로 달아났다. 결승타는 아니었지만, 승기를 가져온 결정적 한 방이었다.

박세혁 아버지의 끼를 물려 받아 입단 초창기부터 타격에 소질이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타격이 썩 좋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 주전으로 나서면서 투수와의 경기운영에 신경 쓰다보니 상대적으로 타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스스로도 "투수가 삼진 잡을 때, 선발이 7~8회까지 잘 막는 걸 도울 때 가장 짜릿하다. 타격은 그 다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왜 스트레스가 없었을까. 박세혁은 타격 부진을 그 한 방으로 날렸다. "앞선 타석(3회)에도 슬라이더에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 다음에는 놓치지 않았다"라면서 "아직 타석수가 많지 않다. 타격 페이스는 언젠가 올라오면 된다. 결정적일 때 한방씩 치면 된다"라고 했다.

박세혁이 주변의 조언과 결정적인 순간들을 겪으며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양의지의 부상이 두산으로선 무조건 손해라고 볼 수 없다.

[박세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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