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②] 이영애부터 김태리까지, 박찬욱의 여인들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박찬욱 감독은 ‘여배우의 발견’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아가씨’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김민희의 역량을 다시금 확인케 했고, 충무로의 기대되는 신인 김태리를 발굴해 냈다.

박찬욱의 여인들의 계보는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평단의 호평과 관객들의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쥔 박찬욱 감독은 극 중 소피 소령 역을 맡은 이영애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당시 ‘산소 같은 여자’로 주목받던 이영애는 이 영화 이후 ‘선물’, ‘봄날은 간다’ 등에 출연하며 배우의 이미지를 굳혔다.

‘복수는 나의 것’(2002)의 배두나도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히 한 경우다. 극 중 신하균의 애인으로 모든 일의 원인 제공자이자 무정부주의자인 영미 역을 맡은 배두나는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와 연기력을 알렸다. 이 영화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기상 등을 품에 안는 등 수상의 기쁨도 함께 누렸다.

박찬욱 감독의 여인들을 이야기하는데 ‘올드보이’(2003)의 강혜정을 빼 놓을 수 없다. 강혜정이야 말로 박찬욱 감독이 발굴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성장한 경우이기 때문. 당시 3개월에 걸친 오디션에서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 미도 역으로 발탁된 강혜정은 박찬욱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영애는 박찬욱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로 스타가 아닌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이 영화에서 이영애는 13년간 감옥에 갇혀 있다 출소해 복수를 계획하는 여자 금자를 연기하며 그를 굳건히 감싸고 있던 ‘산소 같은 여자’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그의 대사 “너나 잘 하세요”는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의 임수정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영군 역을 맡아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 영화에서 눈썹을 미는 등 당시 여배우로서 파격 변신도 불사했던 임수정은 일반적 인물이 아니었기에 공감하기 힘든 영군으로 분해 관객의 감정 이입을 불러일으키는 등 자신의 연기 내공을 한껏 녹여냈다.

‘박쥐’(2009)의 김옥빈은 박찬욱 감독을 통해 재발견 된 경우. 데뷔작인 영화 ‘여고괴담4-목소리’로 주목 받았던 김옥빈은 이후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강혜정과 느낌이 비슷했던 김옥빈을 캐스팅 했고, 그의 손에서 충무로를 대표할 만한 여배우로 재발견 됐다. 김옥빈은 이 작품으로 제42회 씨체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진가를 인정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김민희, 김태리 두 배우에게 잊지 못할 작품이 될 전망. 박찬욱 감독이 깔아 준 판 안에서 자신들의 연기력, 매력을 한껏 폭발시킨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 영화에서 김민희는 아가씨 히데코, 김태리는 하녀 숙희 역을 맡았다. 최근 출연작마다 극찬을 받아 온 김민희는 관객들의 높은 기대치를 다시 한 번 충족시키는데, 감히 역대 최고라 말할 수 있을 만한 연기들을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이번 영화로 장편 상업영화에 첫 도전하는 김태리는 신인이라 믿기지 않는 당찬 연기력으로 ‘아가씨’를 더욱 풍성히 만들 뿐 아니라 '올해의 발견'이라 할 법한 강렬한 신예 탄생을 알렸다.

[이영애, 배두나, 강혜정, 임수정, 김옥빈, 김민희, 김태리(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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