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③] '금자씨' 이후, 짠내 나는 男잔혹사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박찬욱 감독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기점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그동안 남성 캐릭터들이 주도적인 영화를 선보였던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를 시작으로 ‘친 여성적’ 감독으로 변모했다. 최근 박찬욱 감독이 농담조로 던진 말처럼 마음속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여존남비’ 사상이 슬금슬금 머리를 내민 것. 때문인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 적지 않은 남성 캐릭터들은 한껏 찌질해지고, 여주인공들에게 치이며, 짠내 나는 순간들을 맛보는 중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는 다른 복수 시리즈들과 달리 여성인 금자(이영애)가 복수를 감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유괴와 살인 누명으로 13년 동안 복역한 금자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백 선생(최민식)을 향해 올가미를 죄어간다. 이 과정에서 백 선생은 금자의 꿈에 개로 변한 채 등장해 총을 맞기도 하고 금자의 조력자 중 한 명이 자신에게 접근, 아내의 연을 맺는 등 예상치 못한 뒤통수를 맞기도 한다. 또 자신이 살해했던 아이들의 유족에게 잔혹하게 처형 당하며 죽게 되는 인과응보적 결말을 맞이한다.
‘박쥐’에서도 여성 캐릭터인 태주의 활약이 돋보인다. 태주 역을 맡은 김옥빈은 이 작품으로 재조명 받으며 충무로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이런 태주 때문에 마음고생, 몸고생을 하는 인물이 상현(송강호)이다. 신부인 상현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며 괴로워하다 백신 개발 실험에 자원하지만 피를 잘못 수혈받아 뱀파이어가 된다. 이후 신부로서의 상현과 뱀파이어로서의 상현이 충돌한다. 여기에 친구의 아내 태주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어 결국 신부를 포기하고 사랑을 택하게 된 그는 태주를 위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급기야 태주는 자신 또한 뱀파이어가 되길 원하고, 상현은 뱀파이어가 된 태주의 광기어린 폭주에 고뇌하다 동반자살을 택한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의 남자 캐릭터 역시 짠내 나기는 마찬가지다. ‘아가씨’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 받을 아가씨를 중심으로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은 귀족이라 사기를 쳤지만 제주도 머슴과 무당 사이에서 태어난 흙수저. 매력적 인물로 그려지기는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듯 멋진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의 경우 여성 관객들이 혀를 내두를 만한 변태적 캐릭터로 그려진다. ‘아가씨’는 총 3부작으로 나뉘어 있는데, 3부에서 코우즈키의 찌질함과 변태적 욕망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최민식, ‘박쥐’의 송강호, ‘아가씨’의 하정우와 조진웅(위부터).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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