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들호' 종영①] 통쾌함과 씁쓸함이 공존했던 드라마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그동안 사이다처럼 시청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준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막을 내렸다. 드라마를 보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통쾌함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1일 방송을 끝으로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극본 이향희 김영찬 연출 이정섭 이은진 제작 SM C&C, 이하 조들호)가 막을 내렸다. '조들호'는 해츨링의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원작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조들호'는 시작과 함께 그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드라마 속 에피소드들이 우리의 현실과 꼭 맞닿아 있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건물주의 횡포에 시름하는 영세 상인들의 이야기와 유치원 아동 학대 사건, 갑을 관계를 악용한 부당 하도급 거래 등 뉴스에서나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특히 에너지 음료로 목숨을 잃은 여고생의 에피소드는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마치 뉴스를 보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 이 에피소드에서는 대기업이 식품의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돈에 눈이 멀어 판매를 강행했고, 그 사이에는 수많은 검은 커넥션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랬다.

당연히 조들호에 의해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 모두가 잘못을 뉘우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와 꼭 닮은 현실 속의 옥시 사태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더불어 드라마 속 사건의 중심에는 검사에서 동네변호사로 돌아온 조들호(박신양)가 있다. 그는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힘겨운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조들호가 내뱉는 특유의 직설적인 대사들은 시청자들이 통쾌함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여기에 조들호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 역시 또 하나의 '사이다' 포인트였다.

모든 악의 원흉인 대기업 회장을 끝까지 쫓아 징벌하고, 끝내 검사장까지 끌어내린 그의 집념은 "현실에도 저런 변호사가 있었다면..."이라는 바람을 갖게 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영웅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런 영웅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또 한 번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조들호'는 분명 통쾌함을 안겨준 드라마다. 동시에 씁쓸함도 안겼다. 이는 곧 답답한 현실에 대한 반영이 드라마 안에만 머물러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들호'는 히트했지만, 그 성공이 말하는 건 다름 아닌 현실과 드라마는 엄연히 구분된다는 사실이다. 현실과 드라마의 분명한 경계는 언제나 진한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현장 스틸, 에너지 드링크 에피소드. 사진 = SM C&C, KBS 방송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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