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두 차례 회심의 스퀴즈번트, 절반의 성공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KIA가 두 차례나 회심의 스퀴즈번트를 시도, 연패 탈출을 노렸다.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이었다.

31일 서울 잠실구장. 잠실 LG전을 앞둔 KIA 김기태 감독은 기자들과의 대화를 마치면서 "혹시 깜짝 작전 나와도 놀라지 마시고"라고 웃었다. 농담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실제로 LG의 허를 찌르는 스퀴즈를 두 차례 시도, 승부를 뒤흔들었다. 3연패에 빠진 KIA로선 어떻게든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로 보였다.

첫번째 스퀴즈는 성공했다. 0-1로 뒤진 4회초 1사 만루 찬스였다. 동점은 물론 역전 찬스였다. 타석에는 한승택. 그는 1군 경험이 턱 없이 부족한 포수다. LG 선발투수 이준형이 타선을 압도하지 못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

이준형은 볼카운트 1B1S서 3구째에 원 바운드 폭투를 범했다. 3루주자 브렛 필이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1-1 동점에 1사 2,3루 찬스. 볼카운트는 2B1S. 타자로선 기회였다. KIA 벤치에서 작전이 나왔다. 한승택은 재빨리 번트 모션을 취했고, 3루주자 이범호는 물론, 2루주자 서동욱마저 스타트를 끊고 번트와 동시에 거의 3루에 도착했다.

한승택의 번트는 투수 이준형의 정면으로 향했다. 그러나 뛰쳐나오던 이준형은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뒤이어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와 1루수 정성훈이 대시했으나 아무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이범호와 서동욱이 연이어 연이어 홈을 밟아 승부를 뒤집었다. 기록은 타구를 잡지 못한 투수의 실책.

한승택의 안타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KIA는 의외의 스퀴즈번트 작전으로 한꺼번에 2점을 뽑아냈다. 스코어는 3-1, 흐름은 순식간에 KIA로 넘어왔다. 김 감독의 깜짝 작전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KIA는 양현종의 난조로 4실점, 승기를 빼앗겼다. 그러나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6회초였다. 상대 폭투로 1점을 만회, 4-5로 추격했다. 1사 1,3루 역전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강한울. 마운드에는 좌완 진해수. 강한울은 초구에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3루주자 이홍구도 곧바로 홈으로 쇄도했다.

그러나 강한울의 타구가 너무 강했다. LG 1루수 정성훈이 재빨리 대시, 곧바로 타구를 잡고 홈에 있는 포수 유강남에게 송구했다. 유강남은 공을 잡기 전 홈플레이트를 비워줬으나 공을 잡은 뒤 홈으로 들어오던 이홍구를 정확하게 태그,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의 발 빠른 대처와 정확한 송구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KIA는 이후 김주찬, 나지완, 필이 연이어 볼넷을 골라 승부를 뒤집었다. LG 신승현의 제구난조로 인한 3연속 볼넷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KIA도 실책을 빌미로 다시 LG에 동점을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KIA의 스퀴즈번트 성공과 실패가 경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 어쨌든 KIA로선 연패 탈출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LG의 허를 찌르기엔 충분했다.

[스퀴즈 장면.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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