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밝힐 수 있다①] '곡성' 곽도원, "내 표현이 맞나 의구심 들었다"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곡성' 개봉 전 진행한 인터뷰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당시 밝히지 못했던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 ‘곡성’으로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은 곽도원. 하지만 영화 개봉 전 곽도원은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고, 6개월여의 촬영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자신이 한 연기가 맞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내비쳤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호평을 보냈으니 곽도원의 선택이 맞았지만, 그 스스로는 못내 안타까운 듯 했다.

“한 5신 정도 눈을 감았어요. 촬영을 할 때는 ‘이거 말고 뭐가 더 있을까’ 생각했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 봤는데 홍진이(곽도원은 나홍진 감독을 친근히 홍진이라 불렀다)와 제가 뭔가 만족이 안 됐어요. ‘몇 시간 있으면 장소를 옮겨야 하는데 더 없나’이러다 답을 못 찾은 것들이 있었어요. 영화를 보니 ‘고개를 돌리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가만히 그냥 쳐다볼 걸’, ‘저것보다는 더 ?옛杵 하는데’ 그런 것들이 있더라고요. 분명 고민을 했던 것들인데, 제가 그걸 못 찾아냈었어요. 그게 한 4~5군데 되는 것 같아요. 겸손이고 뭐고, 그걸 떠나 자기가 연기하고 만족하는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이런 아쉬움은 유독 감정의 진폭이 큰 종구 역을 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두려움과 불안감, 자신을 돕는 것인지 해를 끼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무명의 존재, 종구를 공포의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는 외지인 등 그는 여러 의심들 속에서 자신을 괴롭혔고 또 길을 잃는 듯도 보였다.

“우희와의 골목신이 원래 이틀짜리였는데 그걸 5일 동안 찍었어요. 톤 자체가 안 맞았거든요. 그런데 우희가 너무나 잘 해줬죠. 전 모르겠더라고요. 아버지가 딸을 걱정하는데 걱정도 걱정이지만 무명(천우희)이 귀신인지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앞에 나타나기는 하고,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싶었죠. 얼마만큼의 공포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진짜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좋게 이야기해주기는 하지만 솔직히 지금도 제가 표현한 게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드는 신이에요. ‘이게 맞나? 관객들은 어떻게 볼까?’ 싶기도 하고요.”

곽도원은 좀비가 된 박춘배와 맞붙는 신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영화상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배우들은 일주일 동안 촬영에 매달렸다고.

“일본인 집 뒤쪽에서 박춘배가 괴물로 변해서 나오잖아요. 그게 원래는 3일 분량이었는데 일주일 동안 찍었어요. 중간에 우물이 있잖아요. 박춘배가 대나무 숲에서 나와 친구들에게 맞다가 우물 쪽으로 나와 저에게 달려드는데, 우물까지 넘어가는데만 3일이 걸렸어요. 4일 째 되는 날 ‘와 이제 우물을 넘어가는구나’ 싶었죠. (웃음)”

다른 영화 두 작품을 찍을 수 있는 약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곡성’ 팀은 150일 동안 촬영에 임했고, 나머지 30일은 가량을 이동하는데 썼다. 긴 시간 동안 모든 팀이 다 모인 회식 한 번 할 수 없었던 빡빡한 스케줄이었지만 힘든 만큼 그 결과물은 달콤했다.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에게 해석할 거리를 남기며 보기 좋게 미끼를 문 관객들을 현혹시키는 중이다.

“다른 작품 보다는 ‘저 때 저렇게 할 걸’이라고 생각하는 게 조금 덜한 것 같아요. 왜냐면 현장에서 하도 많이 해서. (웃음) 나중에는 뒤죽박죽 찍다 보니 신은 많고, 감정은 증폭돼야 하는데 어느 순간 해결되나 싶다가도 확 빠져 버리니까 이걸 얼마만큼 표현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세게 한 번 표현해 보고, 약하게 해서 찍어보고 그랬죠. 이런 것들이 많아 좀 힘들었어요. 그래도 버전을 여러 개 찍는 게 좋은 경험이었죠. ‘이렇게 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방법이 있구나’ 싶고요. 정말 모르겠을 때는 ‘지금 바로 선택하지 말고 나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감독도 편하고 작품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배우 곽도원.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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